반면 저우와 리는 무죄를 주장하며, 해당 구호는 오랫동안 홍콩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사용돼 온 정치적 표현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같이 기소된 또 다른 인물인 전 입법의원 **앨버트 호(Albert Ho)**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중국 본토에서의 일당 통치 종식을 주장한 사실을 인정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세 피고인은 모두 ‘중국 애국 민주운동을 지지하는 홍콩연합(Hong Kong Alliance in Support of Patriotic Democratic Movements of China)’, 흔히 홍콩얼라이언스로 불리는 시민단체의 지도부였다.
이 단체는 1989년 이후 매년 6월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를 조직해 왔다. 행사에는 매년 수만 명이 모였고, 이는 중국 영토 안에서 사실상 가장 큰 공개 추모 행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가안보법 도입 이후 당국의 단속이 이어지면서 단체는 해산됐고, 집회도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됐다.
이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부분은 피고인들이 판결 없이 장기간 구금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다.
저우와 리는 2021년에 체포된 뒤 4년 이상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렸고, 미결 구금 기간만 1,500일 이상에 이른다.
국가안보 사건에서는 일반 형사 사건보다 보석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법원은 피고인이 다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없으면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장기 구금과 엄격한 보석 기준이 적법 절차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세 명의 활동가를 둘러싼 형사 재판을 넘어, 2020년 국가안보법 도입 이후 홍콩의 정치·법적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여겨진다.
과거에는 합법적이었던 활동—예를 들어 추모집회 조직이나 정치적 구호 사용—이 이제는 국가안보 범죄의 틀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폭력 행위가 아니라 구호, 발언, 역사적 기억을 기리는 활동을 근거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법원이 ‘전복 선동’의 범위를 얼마나 넓게 해석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개월에 걸친 심리와 최종 변론이 끝난 뒤, 국가안보 사건을 담당하는 3인 판사 패널은 2026년 7월 판결을 선고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 판결은 홍콩에서 정치적 표현과 역사적 기억을 둘러싼 법적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하나의 구호나 한 번의 추모행사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법 이후 홍콩에서 허용되는 정치적 발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걸린 사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