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크런치가 정리한 ‘AI 묘지’는 단순한 실패작 목록이라기보다 제품을 만들 때 따져볼 점을 보여주는 사례 모음에 가깝습니다. 목록에는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 제품뿐 아니라, 이용자 반발 뒤 설계를 되돌린 사례와 독립 제품의 기능이 더 큰 서비스 안으로 들어간 경우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결과들을 모두 같은 의미의 ‘실패’로 묶기는 어렵습니다.
5
‘42%’는 무엇을 가리키나
관련 보도는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추정치를 인용해, 기업 내부에서 추진한 AI 과제의 42%가 중단된다고 전했습니다.
1
6 이 수치는 기업이 진행하는 AI 과제에 관한 것으로, AI 스타트업이나 소비자용 제품의 실패율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사례들이 하나의 공통된 실패 원인을 증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운영 비용, 이용자 유지, 경쟁, 제품과 시장의 궁합 등 여러 부담이 드러나지만, 이 목록만으로 각 요인이 업계 전반에서 얼마나 자주 작용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같은 AI 제품도 다른 이유로 고비를 맞는다
운영 비용과 이용자 유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OpenAI는 2026년 3월 Sora를 종료했습니다. 관련 보도는 높은 운영 비용과 이용자를 계속 붙잡아두기 어려웠던 점을 결정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2 시연이 인상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사용자가 꾸준히 찾거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서비스도 개편 뒤 더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OpenAI는 7월 9일 ChatGPT를 개편해 Chat, Codex, Work 모드를 한데 묶었습니다. 이용자들이 인터페이스가 혼란스럽다고 비판하자 회사는 변경 사항을 되돌렸습니다.
5
23 기능을 더하는 일이 언제나 개선은 아닙니다. 새 구성이 핵심 기능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면 사용 경험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습니다.
독립 제품이 사라져도 기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도에 따르면 OpenAI는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은 8월 9일 독립 브라우저 Atlas를 종료하고 관련 기능을 ChatGPT에 통합했습니다.
2
5 독립된 제품의 종료와 그 기능 자체의 소멸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형 플랫폼과 비슷한 기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Zapier의 대안으로 소개됐던 업무 자동화 도구 Relay는 5년간 운영된 뒤 8월 문을 닫았습니다. 대형 플랫폼들이 유사한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기능을 추가하면서 Relay만의 뚜렷한 존재 이유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입니다.
4
6
다른 사례에서는 제품 적합성과 이용자 기반이 과제로 떠오릅니다. Google NotebookLM 개발에 참여했던 이들이 만든 AI 오디오 앱 Huxe는 2026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대형 플랫폼들이 비슷한 경험을 더 많은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점도 배경으로 거론됐습니다.
20 AI 중심 이메일 제품 Notion Mail은 이용자들이 별도의 AI 에이전트로 받은편지함을 관리하는 흐름 속에서 9월 22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전해졌습니다.
20
기능이 아니라, 계속 쓸 이유를 만들어야
이 사례들을 바탕으로 AI 제품을 평가할 때는 몇 가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다루는가? 계속 이용해도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미 고객이 쓰는 서비스에 비슷한 기능이 들어왔을 때도 선택할 이유가 있는가?
다만 이 사례들이 유통망만으로 성공이 결정된다거나, 독립 기능을 큰 플랫폼에 통합하는 편이 언제나 낫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한 점은 종료, 설계 변경 철회, 기능 통합이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AI 묘지’가 남기는 실용적인 교훈은 인상적인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며, 오래 지속될 사용처와 이해하기 쉬운 경험, 그리고 독립 제품으로 존재할 이유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