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이란 전쟁의 ‘기준 시나리오’를 포기했다는 것은 단순히 전망치를 조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석유 시장의 핵심 변수가 수요와 공급의 통상적 흐름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군사·정치 상황이 됐다는 신호다. JP모건은 전쟁 초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나설 것으로 봤지만, 그 전제가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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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전망 없음’이 의미하는 것
통상 기준 전망은 기업, 트레이더, 중앙은행이 가격과 공급의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를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JP모건 원자재 전략팀은 전쟁의 종결 구도를 하나의 경로로 모델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박 통항, 에너지 인프라 피해, 친이란 무장세력의 활동, 협상 시점 같은 변수를 신뢰성 있게 가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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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치권에서 조기 종전을 언급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유가 하락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유가가 안정적으로 내려가려면 유조선의 안전 운항, 수출 시설 정상 가동, 생산 회복, 보험 인수 재개, 에너지 시설과 해운을 겨냥한 공격 중단 같은 실제 운영 여건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
유가 충격은 ‘공급량’보다 ‘물류망’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평균 1억 70만 배럴로, 2025년보다 57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걸프 지역의 정상적인 공급 회복 시점도 2027년으로 늦춰졌다. IEA는 8월 세계 석유 재고가 하루 평균 기준 310만 배럴 줄었다고도 밝혀, 추가 차질을 흡수할 완충 여력이 작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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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초기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JP모건은 걸프 지역 수출이 막힐 경우 상당한 상승 위험이 남아 있다고 분석해 왔다.
14 다만 기준 유가만으로 시장의 긴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 원유 확보, 유조선 항로 변경, 정유공장 원료 조달, 경유 공급은 지역별로 서로 다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은 핵심 우회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공격이 중대한 이유는 이 송유관이 걸프만 해상 운송을 피할 수 있는 대체 수출 경로였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사우디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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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중단으로 하루 약 400만 배럴, 세계 공급의 약 **4%**가 위험에 놓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23 해협 통항 차질에 더해 우회로까지 막히면, 시장은 물량을 다른 경로로 돌릴 선택지를 잃게 된다.
더 작은 차질도 유가에는 크게 작용하는 이유
석유 시장은 생산 차질 규모만 보지 않는다. 어떤 원유가 어느 정유공장에 도착할 수 있는지, 정제 제품이 소비지로 운송될 수 있는지, 대체 항로가 남아 있는지도 가격을 좌우한다.
IEA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활한 통항을 보장하는 합의가 지연되면서 공급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32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위협이 이어지면 홍해 항로가 흔들리고 항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정유시설 문제 역시 원유가 남아 있더라도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을 빠듯하게 만들 수 있다. 원유, 선박, 항로, 정제 능력은 서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유가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
유가는 주유비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히 경유와 기타 에너지 제품 가격은 화물 운송, 식품 유통, 제조, 난방비에 연쇄적으로 반영된다. 에너지발 비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로 번지는 동시에 소비와 생산 활동을 약화시키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성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영국에서는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3.75%**로 유지했다. 7월 통화정책위원회(MPC)는 6대 3으로 동결을 결정했으며, 3명은 4%로의 인상을 주장했다. 영란은행은 전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더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금리 인상 쪽으로 반드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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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불확실성의 폭은 여전히 크다. 영란은행은 4월 심각하고 지속적인 유가 충격이 발생하면 2027년 초 물가상승률이 6%를 넘고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충격이 제한적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37 이런 불확실성만으로도 실제 금리 인상 이전에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릴 수 있다.
기존 유가 전망이 더는 답이 되기 어려운 까닭
JP모건은 7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2026년 3분기 배럴당 86달러, 4분기 80달러, 연말 78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수요 약화와 재고 감소 폭 축소로 시장이 재균형을 찾고, 걸프 지역 생산에는 장기적 손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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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종결 국면을 모델링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 기존 목표 가격이 반드시 불가능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가격 전망을 떠받치던 전제가 취약해졌음을 보여준다. 해상 병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거나, 대체 송유관이 멈추거나, 새 공격으로 안보 환경이 바뀌는 일은 통상적인 시장 모델이 다루기 어려운 변수다.
유가 위험 완화를 확인할 신호는
외교적 합의 발표 뒤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실물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더 설득력 있는 완화 신호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다.
- 주요 해상 요충지에서 지속적이고 보험 가입이 가능한 선박 운항
- 사우디 우회 수출로를 포함한 수출 인프라의 복구
- 걸프 지역의 생산 및 수출 회복
- 상업용 재고의 재축적
- 선박과 에너지 시설을 위협하는 공격의 지속적 감소
핵심은 유가가 반드시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있지 않다. JP모건은 장기 분쟁이 이어질 경우 현재보다 낮은 평균 유가가 형성될 수 있으며, 전쟁이 끝난 뒤 공급이 회복되면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6 다만 어느 경로로 갈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실물 흐름과 안보 여건이 안정되기 전까지 에너지 시장에는 높은 지정학적 프리미엄과 변동성이 남고, 중앙은행도 충격의 종료 시점을 확신하지 못한 채 물가 위험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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