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치만으로 각국 콜센터 고용 감소가 AI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 변동이나 사업 모델 변화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고용 약세가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국가별 차이가 있다는 점은 현재의 AI 전환이 아직 선택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가 이미 전 세계 노동시장에 동일한 충격을 주고 있다면 국가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고용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실제 데이터는 도입 속도가 빠르거나 AI로 대체·보완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은 곳에서 먼저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통신 서비스는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군에 속한다. 2022년 이후 이 부문의 고용 증가세는 주요 선진국 대부분에서 둔화됐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하면 고용자 수 자체는 2022년 이전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은 성장률 둔화와 고용 감소는 다르다는 점이다. 산업이 여전히 인력을 늘리고 있어도 과거보다 느린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정보경제 전반의 대규모 인력 대체라기보다 노동 수요의 냉각에 가깝다.
AI의 초기 충격이 신입과 초년차 사무직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이 AI 도입을 검토할 때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정보 처리 업무가 많은 직무부터 재설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는 경력 초기 직원에게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숙련 인력을 바로 줄이기보다 신규 채용부터 늦출 가능성이 있다.
제공된 연구 요약에는 초년차 고용에 미친 상대적 영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확정적인 수치가 포함돼 있지는 않다. 다만 초기 노동시장 효과가 경제 전체의 해고 물결보다 채용 파이프라인과 표준화된 디지털 업무에서 먼저 드러난다는 해석은 뒷받침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전체 일자리 수만큼이나 어떤 직무를 새로 뽑는지가 중요해진다. 국가 전체의 고용 지표가 안정적이어도, 기업이 충원하려는 역할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브릭스는 기술, 경영 컨설팅, 그래픽 디자인처럼 AI 도구가 이미 개발·배포된 영역을 합산하면 AI의 영향으로 월간 고용 증가가 약 1만~1만5,000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를 경제 전체를 강타한 충격이 아니라 아직은 제한적인 노동시장 충격으로 설명했다.
산업별 고용 감소와 국가 전체의 실업률 변화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산업에서 고용이 추세보다 크게 줄어도 해당 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라면 국가 단위의 실업률 변화는 작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AI가 사람의 업무를 보완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골드만삭스의 평가를 요약하면 두 가지다.
골드만삭스는 앞선 연구에서 AI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개의 전일제 일자리에 해당하는 업무를 자동화에 노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AI 관련 투자와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3억 개라는 수치는 3억 명이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는 예측이 아니다. 자동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무의 규모를 뜻한다. 최신 노동시장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그 전환이 이미 일부 산업에서 시작됐지만, 아직 경제 전체의 결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AI가 일자리를 전부 없앨 것이라는 전망도, 노동시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가장 근거에 부합하는 해석은 AI가 도구로서 성숙했고 업무가 디지털화된 분야에서 채용을 먼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특히 압박이 큰 곳은 콜센터, 소프트웨어 퍼블리싱, 경영 컨설팅, 광고 서비스이며 초년차 사무직도 채용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기업들이 AI를 시험하는 단계를 넘어 얼마나 넓은 직무에 실제로 배치하느냐다. 도입이 가속화되고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지금 몇몇 산업에서 보이는 채용 둔화가 더 넓은 노동시장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