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에서 완전한 자급자족을 이룬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7나노미터(㎚) 이하 웨이퍼가 2035년 현지 수요의 약 66%를 충당하며, 수입 의존에 따른 공급 부족률을 34%까지 낮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2913
2035년 중국 첨단 웨이퍼 시장의 숫자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7나노미터 이하 웨이퍼 수요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17% 증가해 2035년 월 약 61만9,000장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급은 연평균 46% 증가해 월 약 41만 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1014
따라서 2035년에도 중국은 매달 약 20만9,000장의 첨단 웨이퍼를 해외 공급에 의존하게 된다. 국내 공급 비중은 약 66%, 공급 부족률은 34%인 셈이다. 21214
| 지표 |
2025년 |
2035년 골드만삭스 전망 |
| 첨단 웨이퍼 국내 공급 비중 |
약 8% |
약 66% |
| 공급 부족률 |
92% |
34% |
| 월간 국내 공급량 |
— |
약 41만 장 |
| 월간 중국 내 수요 |
— |
약 61만9,000장 |
이는 실제 생산량을 보장하는 수치가 아니라, 생산능력 확대와 수율 개선, 고객 인증이 골드만삭스의 가정대로 진행될 경우를 나타내는 전망치다.
AI 투자가 반도체 증설을 밀어붙인다
이번 전망의 배경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본지출이 2030년 8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년 전 전망보다 79% 상향된 수치이며, 2030년까지 두 자릿수 연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 4곳의 2026년 AI 관련 자본지출 합계는 약 1,02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 같은 투자는 중국 내 AI 연산 수요를 키우고, 파운드리의 웨이퍼 생산능력 증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
다만 수요 증가와 기술적 자립은 별개의 문제다. AI 투자가 더 많은 칩을 필요로 하는 시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최첨단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 접근성, 수율, 공정 제어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성패를 가를 SMIC의 증설과 수율
골드만삭스의 모델에서 중국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주도하는 기업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다. 보고서는 SMIC가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첨단 공정 월 생산능력을 3만~5만 장씩 추가하고, 2032년부터 2035년까지도 매년 약 2만 장을 늘린다고 가정했다. 414
그러나 공장과 장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웨이퍼가 실제 판매 가능한 칩으로 전환되는 비율, 즉 수율이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전망 분석에 인용된 한 보고서는 SMIC가 첨단 공정 수율을 현재 약 23%에서 75%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봤다. 사실상 수율을 세 배 이상 높여야 하는 셈이다. 3
이 때문에 이번 전망은 SMIC가 대만 TSMC와 기술적으로 동등해진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것은 첨단 노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제조 효율을 높여, 장비 제약 속에서도 중국 내 공급 비중을 크게 끌어올리는 시나리오에 가깝다. 8
높은 가동률이 첨단 공정 병목까지 해결하진 않는다
SMIC의 최근 실적은 중국 내 반도체 수요와 증설 속도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이터에 따르면 SMIC의 월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환산 기준 110만 장에 도달했고, 가동률은 93.7%를 기록했다. 회사는 2026년 2분기에 12인치 웨이퍼 월 생산능력도 8,000장 추가했다.
이는 전반적인 주문과 설비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중국이 7나노미터 이하 웨이퍼를 충분한 수율과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체 생산능력과 첨단 노드의 실제 양산 능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리소그래피 장비와 미국 수출 통제가 최대 변수
골드만삭스 전망에서 가장 큰 병목은 리소그래피, 즉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노광 장비다.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선도 업체들이 활용하는 장비 경로와 같은 방식으로 첨단 공정을 확대하고 수율을 개선하기 어렵다. 28
중국의 생산 확대를 좌우할 위험 요인은 서로 연결돼 있다.
- 장비 접근성: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일부 최첨단 생산 장비 확보가 제한된다.
- 수율 개선: 설비를 추가해도 수율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실제 사용 가능한 칩 생산량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
- 장비 국산화: 중국 장비 업체가 제한된 해외 장비를 대체하고,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지원해야 한다.
- 수요 지속성: AI 투자가 예상대로 이어져야 대규모 증설의 경제성이 유지된다.
결국 2035년의 34% 공급 부족률은 단순한 오차 범위가 아니다. 중국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더라도 리소그래피 장비와 수율, 공급망 문제가 여전히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CXMT는 메모리 분야에서 별도의 변수
골드만삭스의 7나노미터 이하 전망은 주로 로직 반도체용 웨이퍼에 관한 것이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설이 별도의 변수로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CXMT가 자본지출, 수율 개선, 고객 인증을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2028년 중국 DRAM 수요의 약 50%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XMT의 월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6년 약 27만 장에서 2028년 44만7,000장, 2030년 66만5,000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510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의 전망은 더 불확실하다. 골드만삭스와 연계된 전망 중 하나는 CXMT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2%에서 2030년 27%로 높아질 것으로 봤고, 또 다른 전망은 CXMT가 2028년 중국 HBM 수요의 약 40%를 공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미래 시나리오일 뿐, CXMT가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의 고급 HBM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는 뜻은 아니다. 10
현재 글로벌 DRAM 시장에서도 격차는 확인된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DRA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CXMT 8%였다. CXMT의 성장은 중국 내 범용 DRAM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압박할 수 있지만, 첨단 HBM 기술이나 글로벌 공급력에서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자립’보다 ‘의존도 감소’
이번 전망의 가장 분명한 의미는 중국의 반도체 전략이 심각한 공급 의존에서 상당한 수준의 국내 조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7나노미터 이하 웨이퍼 공급이 연평균 46% 성장해 수요 증가율 17%를 웃돌면, 2035년 중국은 첨단 웨이퍼 수요의 약 3분의 2를 자체 공급하게 된다. 213
하지만 ‘66% 자체 공급’은 기술적 독립과 같은 말이 아니다.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AI 투자가 지속되고, SMIC가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추가하며, 첨단 공정 수율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리소그래피 장비와 수출 통제라는 제약도 넘어야 한다.
따라서 반도체 시장이 주목할 부분은 두 가지다.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첨단칩 생산의 주요 공급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그리고 그 경쟁의 가장 어려운 과제가 수요 확보가 아니라 장비와 수율을 둘러싼 제조 병목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