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라이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경고는 단순한 농산물 가격 전망이 아니다. 유례없이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농작물 공급 감소, 전력 부족, 산업 생산 차질,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먼저 짚어야 할 한계도 있다. 보도된 엘니뇨 지수의 최고점 3.2°C와 원자재별 가격 상승폭은 바클레이스의 스트레스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 NOAA의 공개 자료는 엘니뇨가 강해지고 있으며 2026년 북반구 가을·겨울에 ‘매우 강한’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90%를 웃돈다고 밝히지만, 바클레이스의 모든 가격 목표나 기록적인 최고점 발생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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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 시나리오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개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엘니뇨 지수가 2026년 말부터 2027년 초 사이 3.2°C 안팎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 수준에 도달하면 2015~2016년 엘니뇨보다 약 15% 강한 현상이 된다.
다만 이 수치는 공개된 바클레이스 원문 보고서가 아니라 2차 자료에서 전해진 내용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확인된 확정 전망이라기보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위험 시나리오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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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후 위험 자체를 보여주는 공공 자료는 존재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는 2026년 8월 자료에서 엘니뇨가 강화되고 있으며, 북반구 20262027년 가을·겨울에 매우 강한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밝혔다. 또 2026년 1012월 현상이 1950년 이후 강한 엘니뇨 기준을 넘어설 확률은 69%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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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원자재
바클레이스가 전한 18개월 시나리오에서 가장 직접적인 위험은 동남아시아에 생산이 집중된 열대 농산물이다.
- 팜유·코코넛유·천연고무: 30~40% 상승 가능성
- 로부스타 커피: 20~30% 상승 가능성
- 쌀: 10~20% 상승 가능성
이 수치는 시장의 합의 전망이 아니다. 가뭄과 고온,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가격 범위다.
인도네시아 팜유협회(Gapki)는 별도 추정에서 심각한 엘니뇨가 나타날 경우 2027년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량이 최대 300만 톤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올해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장의 공급 우려를 구체화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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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생산의 반응 시점이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팜나무나 고무나무처럼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하는 작물은 가뭄 피해가 발생한 뒤 실제 생산량 감소가 늦게 나타날 수 있다. 동남아 시장 관계자들도 강한 엘니뇨의 팜유 공급 영향이 2027년 이후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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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은 농지를 넘어 전력과 광산으로 번진다
이번 시나리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피해가 농업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가뭄이 심해지면 수력발전량이 감소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전력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생기는 동시에, 물을 많이 사용하는 광산과 제련소, 기타 에너지 집약 산업도 생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고된 바클레이스 시나리오는 산업용 원자재에도 상승 가능성을 제시한다.
- 구리·알루미늄: 최대 20% 상승 가능성
- 발전용 석탄: 20~40% 상승 가능성
다만 이 수치 역시 확정된 시장 전망이 아니라 스트레스 시나리오다. 공개 자료가 뒷받침하는 것은 가뭄이 수력발전과 산업 생산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원자재 공급과 생산비가 변할 수 있다는 경로이지, 각각의 가격 목표가 시장의 합의라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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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제련소, 발전소, 농산물 가공시설이 제한된 물과 전력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 충격은 두 방향으로 나타난다.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남은 물량을 생산·운송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바이오연료와 수출 규제가 충격을 키울 수 있다
농산물 공급 부족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변수도 있다.
첫째는 바이오연료 수요다. 분쟁과 에너지 안보 우려로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면 식용유와 연료용 원료가 같은 식물성 기름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팜유는 생산 감소 위험과 비식품 수요 증가라는 이중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최근 시장 보도에서도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와 엘니뇨에 따른 생산 우려가 팜유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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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수출 제한이다. 쌀 생산량이 줄어든 국가가 자국 공급을 우선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 지역적인 흉작이 국제 식량 안보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알리안츠는 낮은 재고와 수출 제한 가능성이 쌀과 팜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증폭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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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에는 어떤 의미인가
가계가 가장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큰 분야는 식품과 에너지다. 식용유, 쌀, 커피 가격이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 전기료와 운송비, 제조업 원재료 가격이 함께 오르면 가공식품과 공산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전달된다.
부담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은 가격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거나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별 영향도 엇갈린다.
- 식품 가공업체는 원재료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
- 고무, 알루미늄, 구리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는 조달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
- 전력회사는 수력발전 감소 시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광산·가공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물과 전력 부족으로 운영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강한 엘니뇨는 모든 시장에 똑같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사건이 아니다. 바클레이스는 이를 상품, 지역, 사업모델별로 손익이 갈리는 ‘시장 분산’의 원천으로 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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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와 UBS의 시각은
모건스탠리도 이번 엘니뇨가 기상에 민감한 농작물을 넘어 공급망과 물가,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슈퍼 엘니뇨’가 현실화할 경우 구조적으로 노출된 자산으로 구리와 신흥국 국채 신용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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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관련 공개 자료는 옥수수와 밀, 아시아 설탕 생산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농업 부문의 위험을 언급한다. 반대로 일부 대두 생산 지역은 강우량 개선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UBS의 구체적인 원자재 가격 전망이나 바클레이스와 동일한 수준의 종합적인 하우스뷰를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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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론되는 기업도 ‘자동 수혜주’는 아니다
이번 시나리오에서 노출 기업으로 거론되는 이름은 농산물 거래·가공업체인 **번지(Bunge)**와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금속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과 **리오 틴토(Rio Tinto)**다.
원자재 가격과 변동성이 커지면 거래, 가공, 생산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농작물 부족은 농산물 가공업체의 취급 물량을 줄일 수 있고, 광산업체 역시 구리·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물과 전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손익은 생산지역, 물과 전력에 대한 접근성, 재고, 헤지 전략, 정부 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방향성 있는 노출 사례일 뿐, 확실한 수혜주나 투자 추천으로 볼 수 없다.
결론: ‘원자재 매수’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망 위험
이번 경고의 핵심은 단순히 원자재를 사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일시적인 농업 악재를 넘어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공급망 충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은 NOAA가 엘니뇨 강화를 확인했고, 2026~2027년 매우 강한 현상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3.2°C라는 최고점과 상품별 가격 상승폭은 조건부 추정치다.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충격은 동남아 농작물에서 시작해 식용유와 식품 가격, 수력발전, 산업금속, 전력비,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날씨 하나가 아니라, 제한된 물·전력·농산물 공급이 세계 경제의 여러 고리와 동시에 맞물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