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 위협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손을 잡은 뒤,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경쟁자로 돌아서는 식의 임시 동맹이 가능해진다. 경기 후반에는 성과가 높은 플레이어만 남아 최종 결전을 벌이는 구조도 소개됐다. 이 단계는 ‘문 블러드 베스토얼’ 또는 ‘그레일 배틀’로 불리고 있지만, 명칭과 세부 규칙은 정식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Bloodsworn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인간 역사에서 소환된,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초월적 전사들이다. 이들은 ‘인류의 황혼’이라 불리는 사건에 모여 ‘First Blood’를 놓고 경쟁한다.
기존 소울라이크처럼 장비와 능력치를 조합해 무색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과는 다르다. Bloodsworn는 각각 고유한 무기와 이동 방식, 능력, 변신을 가진 액션 게임 캐릭터에 가깝다. 정식 버전에는 10명 이상의 Bloodsworn가 등장할 예정이며, 프리뷰와 네트워크 테스트에서는 6명을 선택할 수 있다.
유출된 영상에서 두드러진 공중 이동과 빠른 전투도 이러한 캐릭터 설계와 맞닿아 있다. 영상에는 캐릭터별 능력과 변신, 옥상에서 펼쳐지는 최종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영상은 출시 전 비공식 자료인 만큼, 최종 버전의 속도감이나 규칙을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꼽히는 것은 Sigil이다. 미야자키는 《The Duskbloods》를 설명하며 테이블탑 RPG와 보드게임을 언급했다. 이 장르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정답만 좇지 않는다. 각자 역할과 목적, 정보를 가진 채 상황을 해석하고, 판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행동을 바꾼다.
《The Duskbloods》의 Sigil은 공통 경기 목표 위에 캐릭터별 목표나 동기를 추가하는 장치로 보인다.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결정적인 행동이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고,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게임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누구를 쓰러뜨릴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저 플레이어는 지금 무엇을 이루려는가’, ‘왜 저 장소로 이동했는가’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순수한 아레나 게임보다 보드게임이나 TRPG 세션에 가까운 긴장감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미야자키가 기대하는 것도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제작진이 예상한 방식으로만 사용하는 모습은 아니다. 그는 테스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Sigil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 그 예상 밖의 결과를 보고 싶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네트워크 테스트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즉흥적인 동맹과 배신, 기억에 남는 사건을 만들어내는지 확인할 첫 번째 기회가 된다.
전투가 경쟁적이고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다만 프리뷰에서 드러난 구조는 직접적인 결투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나 득점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탐험, PvE 조우, 특수 목표, 캐릭터별 임무를 통해 Virtue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협력에 보상이 주어지는 장면도 있으며, 매칭 시스템은 초보자와 숙련자의 실력 차이가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AI 동료인 Kin도 플레이어가 경기에 개입하는 방식을 넓혀주는 요소로 소개됐다. 이런 시스템이 《The Duskbloods》를 전통적인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비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아니더라도 탐험과 목표 달성으로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여지는 남겨둔다.
닌텐도의 역할도 이 접근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야자키는 닌텐도가 이 프로젝트에 “분명 올바른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닌텐도는 복잡한 시스템을 플레이어에게 설명하고 초반 적응을 돕는 온보딩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플레이어를 복잡한 세계에 곧바로 던져 넣는 것으로 유명했던 프롬소프트웨어의 전통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닌텐도와의 협업 과정에서는 보다 귀엽고 닌텐도다운 분위기의 허브 캐릭터를 시도한 흔적도 확인된다. 다만 이는 최종 게임의 전체 미술 방향이 바뀌었다는 뜻이라기보다,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안내 방식을 찾기 위해 여러 방향을 시험했다는 사례에 가깝다.
《The Duskbloods》는 프롬소프트웨어가 《엘든 링》을 개발하던 2021년부터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야자키는 이 프로젝트를 싱글플레이 중심 게임을 만들어오며 쌓인 아이디어 가운데 멀티플레이에 적합한 것들을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 게임이 프롬소프트웨어가 싱글플레이 작품을 포기한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배경을 놓고 보면 《The Duskbloods》의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단순히 ‘소울 전투를 배틀로얄에 넣은 게임’이 아니다. 세계관과 개성 강한 캐릭터, 탐험, 비대칭적인 목표, 플레이어의 해석이라는 프롬소프트웨어의 익숙한 관심사를 경기 기반 멀티플레이로 옮기려는 시도다.
이번 테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가 빠른지, Bloodsworn의 조작감이 좋은지만이 아니다. 더 큰 질문은 시스템들이 미야자키가 말한 ‘사회적 불확실성’을 실제 경기 안에서 만들어내는지다.
유출된 옥상 전투 영상은 경기 막바지에 매우 빠르고 화려한 결전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신 프리뷰가 시사하는 더 중요한 장면은 그 이전에 있다. 8명의 플레이어가 같은 맵과 규칙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그 차이가 동맹과 추격, 배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인 만큼 결론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재까지의 정보만 놓고 보면 《The Duskbloods》는 프롬소프트웨어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경쟁형 멀티플레이에 도전하면서, 아레나 게임보다는 테이블탑 시나리오처럼 작동하기를 바라는 야심찬 실험이다.
결국 성패를 가를 질문은 하나다. Virtue와 Sigil이 플레이어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숙련자들이 가장 효율적인 공략 순서로 빠르게 최적화해버릴 것인가. 이번 네트워크 테스트는 바로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