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시장 심리의 극단적 비관론에 주목한다. 비트코인의 30일 평균 무기한 선물 펀딩 비율이 81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독보적으로 비관적인(uniquely pessimistic) 심리"로 묘사되며 과거 바닥 국면에서나 포착되던 수준이다. 룬데의 핵심 논리는, 트레이더들의 비관론이 이토록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또 한 번의 폭력적인 항복(Capitulation) 시나리오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셋째,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다. K33은 2025년의 완만한 강세장이 2026년의 좀 더 온건한 약세 국면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기준 시나리오(Base Case)로 비트코인이 6만 달러에서 7만5000달러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과거 같은 80% 이상의 폭락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K33이 "이번엔 다르다"는 논리를 펴는 동안, 비관론 진영은 동일한 구조적 변화를 완전히 반대로 읽는다. 이들은 사이클의 변형을 인정하지만, 그 변화가 바닥을 떠받치는 방향이 아니라 바닥을 더 아래로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글래스노드 공동 창립자 라파엘 슐츠-크라프트(Rafael Schultze-Kraft)는 과거 바닥을 정확히 포착해 온 두 가지 온체인 모델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저점 구간을 제시했다. 하나는 시간 가중 실현 가치 소멸 지표(CVDD)로, 약 4만6200달러 부근을 지지선으로 가리키고 있다.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 전체의 총 실현 가격(Aggregate Realized Price)인 약 5만4000달러다. 이 두 지표가 겹치는 4만6000~5만4000달러 구간이 매도세가 완전히 소진될 가장 유력한 거시경제적 지지 영역으로 꼽힌다.
이 이론적 저점 범위는 2026년 6월 5일 비트코인이 장중 한때 5만9791달러까지 추락하면서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중간값 보유자의 손익분기점(약 6만4100달러)과 200주 이동평균선(약 6만1700달러)을 하향 이탈한 사건이었다. 글래스노드는 이러한 지지 클러스터가 출현한 경우가 비트코인 전체 거래 역사의 약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적인 시험은 슐츠-크라프트가 매도세 소진 구간으로 설정한 4만6000~5만4000달러 영역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갤럭시 리서치 역시 다른 경로를 통해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갤럭시는 2026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하락 사이클의 바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가정을 공개적으로 깔았다. 지난 세 번의 사이클에서 고점 대비 낙폭이 점차 줄어드는 패턴을 근거로, 기준 시나리오상 바닥은 4만~4만6000달러 구간에서 형성되며 시기적으로는 보고서 발표 시점부터 2026년 4분기 사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10월 고점이 과거보다 차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이나 2022년보다 얕은 바닥이겠지만, K33이 전망하는 6만 달러 선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알고리즘 기반 마켓 메이커 윈터뮤트(Wintermute)는 신중하지만 분명한 약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초기 시장에서 언급되던 특정 가격 목표(5만~5만5000달러)를 명확히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윈터뮤트는 2026년 6월 발표한 여러 보고서에서 아직 시장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최근 가격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 'Strategy'의 매도보다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0일간 무려 29억7000만 달러가 순유출된 점을 지목하며, 기관 수요가 약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진정한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규 자금이 ETF와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름철 얇은 유동성 상황은 가격을 더 끌어내릴 수도 있는 위험 요소로 꼽혔다.
K33과 비관론 진영의 의견 차이는 단순히 어떤 차트를 신뢰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4년 사이클이 여전히 과거처럼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다.
전통적인 사이클 모델에 따르면, 2025년 10월을 고점으로 본다면 다음 결정적 저점은 약 12개월 뒤인 2026년 4분기에 형성되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2026년 2월에 발생한 6만 달러 급락은 '중간 조정'일 뿐 한 사이클이 끝나는 지점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이에 대해 K33은 기관의 대규모 유입, 현물 ETF와 연동된 비트코인 공급 구조, 그리고 더 이상 제로금리에 가깝지 않은 거시 환경을 고려할 때, 과거 4년 사이클이라는 틀 자체가 깨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반면 글래스노드와 갤럭시의 반론은 단순한 사이클 반복 주장을 넘어선다. 이들은 구조적 변화로 인해 사이클의 낙폭이 줄어들었을 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완만한 강세장은 결국 2018년이나 2022년보다는 얕지만, K33이 주장하는 6만 달러보다는 분명히 낮은 4만~5만 달러대의 바닥을 만든다는 논리다. 투자자들이 마주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K33이 역발상 매수 신호로 해석한 극도의 비관론이, 정말 바닥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통 분석 모델들이 예고하는 마지막 공포의 쏠림 현상을 앞둔 서곡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