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 영상이 로봇 업계 밖까지 퍼졌다. 중국 로봇 기업 종칭(众擎·Engine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자오퉁양이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T800의 발차기를 맞고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자오퉁양은 이 장면이 연출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T800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로봇 앞에 섰고, 발차기에 실제로 넘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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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800의 최대 관절 토크는 450N·m로 알려졌다. 다만 이 수치는 회사 발표와 관련 보도에 기반한 사양이며, 독립적인 안전성 또는 성능 인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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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는 ‘물리적 지능’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이었다
자오퉁양이 강조한 핵심은 로봇이 사람을 넘어뜨렸다는 자극적인 장면 자체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체화지능, 즉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로봇의 몸이 충분히 강하고 민첩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빠르게 움직이고, 자세를 유지하며,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넘어지거나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시 균형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은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람을 대신해 일하려면 필수적이다.
종칭이 격투를 대표적인 시연 방식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오퉁양은 격투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환경인 동시에 영화와 음악처럼 사람들에게 감정적·오락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자사 로봇 격투 리그 URKL을 NBA나 포뮬러원(F1)처럼 장기간 운영되는 글로벌 대회로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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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봇 격투가 충분히 흥미로운 콘텐츠가 된다면 NBA나 UFC 같은 대형 스포츠·격투 콘텐츠에 버금가는 상업적 규모에 도달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는 현재 시장 규모를 입증한 평가가 아니라 그의 사업적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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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KL은 목적지가 아니라 기술 시험장
URKL은 종칭의 T800을 공식 경기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고강도 대결은 운동 제어와 동적 균형뿐 아니라 시각 인식, 의사결정, 전력 시스템, 관절 모듈, 구동 장치와 충격을 견디는 구조까지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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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격투 무대에서 얻는 기술과 데이터는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험 결과가 될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능력,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능력, 충격 뒤 자세를 회복하는 능력은 경기장 밖에서도 그대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오퉁양은 격투가 회사의 본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회 기간 인터뷰 보도에 따르면 격투 관련 추가 투입은 10% 미만이며, 전체 역량의 약 80~90%는 상업·산업·가정용 애플리케이션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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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산업 현장 진출도 시작됐다. 한 보도는 T800이 2026년 8월 중국 쑤저우의 리쉰정밀 공장에서 자재 상·하차와 운반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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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에서 얻은 영감은 힘보다 제품의 감각에 가깝다
자오퉁양은 로봇의 극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배경으로 영화 《스타워즈》에 대한 관심을 언급해왔다. 그에게 과학소설적인 매력은 단순한 외관이나 장식이 아니다. 빠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영화 속 로봇 같은 움직임 자체가 제품 가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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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원하는 로봇은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드는 기계가 아니다.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고, 움직임 사이의 지연을 줄이며, 변화하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기계다. 동시에 이런 능력이 일상적인 공장과 가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구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자오퉁양의 표현을 빌리면 로봇의 몸은 성능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모델은 능력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강력한 몸체만으로는 지능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없고, 똑똑한 모델만으로는 물리적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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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ineAI Awaken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한다
종칭은 WRC 2026에서 EngineAI Awaken을 공개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는 단일 인공지능 모델이 아니라 인간 두뇌의 작동 방식을 참고한 5개 층의 체화지능 아키텍처다. 본능적 반응, 행동 계획, 인지적 추론, 장기적인 자기 성장까지 서로 다른 기능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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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핵심은 ‘계층형·이종·다중 주파수’ 제어 방식이다. 무거운 의미 추론은 낮은 주파수로 처리하고, 실제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분은 더 높은 주파수로 빠르게 반응하도록 분리하는 구조다. 한 보도는 이를 2Hz의 의미 추론과 100Hz의 운동 제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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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접근은 대규모 모델의 추론 지연 때문에 로봇의 몸이 늦게 반응하거나 균형을 잃는 문제를 줄이려는 설계다. 즉, 고차원적인 판단은 천천히 하더라도 발과 관절의 제어는 훨씬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자오퉁양은 현재 회사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60% 이상을 로봇의 ‘두뇌’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물리적 본체와 운동 제어 계층, 인지 지능을 통합한 로봇용 iOS 같은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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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체화지능의 ChatGPT 순간’은 전망이다
자오퉁양은 체화지능이 약 3년 안에 ‘ChatGPT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처음에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특정 작업에서 먼저 획기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반 가정에 더 널리 들어가는 시점은 약 5년 뒤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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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정은 자오퉁양의 예측이지, 독립적으로 검증된 업계 전망은 아니다. 실제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가격 하락과 대량생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회 관련 보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당 원가가 10만 위안 아래로 내려갔다는 회사 측 주장이 담겼다. 그러나 이 역시 독립적인 감사를 거친 원가 벤치마크로 제시된 수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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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오퉁양이 자신의 로봇에게 발차기를 허용한 이유는 T800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그 한 장면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더 큰 조건을 말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업무를 견딜 만큼 튼튼한 몸, 그리고 사람의 지속적인 조작 없이도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능이다.
URKL은 이 능력을 시험하고 대중에게 보여주는 무대다. 종칭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경기장이 아니라 공장과 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