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제2차 세계 토양 종합 평가가 분명한 경고를 내놨다. 검토된 지역과 하위 지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토양 관리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이었고, 개선보다 악화가 훨씬 더 자주 보고됐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토양 보전·복원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충분한 속도와 규모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25
26
절반 넘는 평가 지역의 토양 관리가 취약
보고서에 따르면 토양 관리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 지역·하위 지역 평가는 52.5%**였다. 약 3분의 1은 ‘보통’이었고, **‘좋음’ 또는 ‘매우 좋음’은 14%**에 불과했다. 다만 이 수치는 지구 전체 토지 면적에서 해당 비율만큼의 토양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검토된 지역·하위 지역 평가의 분포를 나타낸다.
25
악화 추세도 뚜렷했다. 2015년 첫 세계 평가 이후 **58%의 평가가 토양 상태 악화를 보고한 반면, 개선을 보고한 평가는 10%**에 그쳤다. 지속 가능한 토양 관리 방식의 도입률이 낮거나 매우 낮다고 답한 평가도 절반을 넘었다.
24
26
인구와 경작 면적 증가가 키운 압박
첫 평가 이후 10년 동안 세계 인구는 약 8억 명 증가했고, 주요 작물의 수확 면적은 약 8,000만 헥타르 확대됐다.
24
인구와 경작 면적의 증가는 그 자체로 토양 황폐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토양 관리가 부실할 때 치러야 할 대가는 커진다. 토양 구조와 유기물, 영양분이 손실되면 농가는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지역사회는 가뭄·홍수와 식량 가격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토양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양은 단순히 작물을 심는 바탕이 아니다. 세계 식량 생산의 약 **95%**를 뒷받침하고, 육상 생물다양성의 약 **59%**를 품으며, 제공된 평가 자료에서는 해양 다음으로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탄소 저장고로 설명된다.
49
따라서 토양이 훼손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식지가 약화되고, 물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며, 탄소 저장량도 줄어들 수 있다. 영향은 농경지를 넘어 식량 체계와 생태계, 기후 정책 전반으로 이어진다.
가장 널리 퍼진 위협은 ‘침식’
보고서는 토양 침식을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위협으로 지목했다. 침식 관리가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평가된 경우가 **81%**로, 여러 토양 문제 가운데 가장 널리 나타난 관리 실패였다.
47
주요 압력은 다음과 같다.
- 토양 유기탄소 손실
- 영양분 불균형과 비효율적인 비료 사용
- 토양 생물다양성 감소
- 염류화와 알칼리화
- 오염과 유해 물질 축적
- 토양 다짐과 수분 상태 악화
- 도시 확장에 따른 토양 포장·피복
이 문제들은 서로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식생을 제거하거나 토양을 과도하게 뒤집으면 빗물 유출과 침식이 늘어난다. 침식은 영양분이 풍부한 표토를 쓸어가고, 유기물 감소는 토양의 수분 보유력과 생물 활동을 떨어뜨린다. 결국 기후 극한에 덜 견디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토양 착취’에서 ‘토양 돌봄’으로
FAO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토양 착취에서 토양 돌봄(soil stewardship)으로의 전환이다. 토양을 생산 체계에서 소모되는 투입재로 보는 대신, 시간이 지나도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유한하고 살아 있는 자원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FAO와 토양에 관한 정부 간 기술 패널(ITPS)의 앞선 자료도 토양을 이용하거나 관리하는 모든 사람이 미래 세대를 위해 토양을 지키는 관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부에는 지속 가능한 토양 관리를 촉진할 것을 요구했다.
21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토양이 훼손되는 속도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대체로 느리기 때문이다. 이미 황폐해진 토지를 복원하는 일만큼이나, 아직 기능을 유지하는 토양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
해법은 이미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모든 지역에 똑같이 적용할 단일 기술을 제시하지 않는다. 토양과 기후, 농업 방식에 맞춰 조합해야 할 실천 수단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경운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
- 작물 잔재, 멀칭 또는 피복작물을 활용한 상시 토양 피복
- 작물 윤작과 품종 다양화
- 생산 체계에 나무를 결합하는 혼농임업
- 토양 유기물 회복
- 비료와 영양분의 정밀하고 효율적인 관리
FAO가 정의하는 보전농업은 세 가지 원칙을 결합한다. 기계적 토양 교란을 최소화하고, 토양 표면을 상시 덮어두며, 작물을 다양화하는 방식이다.
33
34 피복작물과 지표면의 작물 잔재는 빗방울의 충격을 줄이고 빗물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토양을 덜 뒤집고 재배 식물을 다양화하면 토양 구조와 유기물 유지에도 유리하다.
35
37
농가의 실천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
도입이 더딘 이유는 지식 부족보다는 실행 여건의 부족에 가깝다. 농가는 새로운 장비와 투입재를 마련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초기에는 수확량이나 작업 방식이 달라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안정적인 토지 이용권, 판로, 신용, 농업지도, 실무 교육과 지역에 맞는 토양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FAO 자료는 시장·신용·농업지도 서비스에 대한 제한된 접근을 지속 가능한 농업의 주요 장벽으로 꼽으며, 가뭄에 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장비, 투입재 공급과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36
38
따라서 농가에 관행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양 복원을 널리 확산하려면 장기 금융, 신뢰할 수 있는 자문 서비스, 적합한 농기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와 토양을 지키는 농가에 보상하는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COP17에서 토양 문제가 부각된 이유
FAO는 이번 평가를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 즉 COP17의 맥락에서 발표했다. COP17에서는 토지 복원과 회복력 있는 경관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FAO는 농경지와 토양의 황폐화를 예방하고 줄이며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39
50
이는 토양과 가뭄, 식량 안보, 기후 정책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온과 가뭄, 집중호우, 산불은 침식과 유기탄소 손실을 가속할 수 있다. 반대로 황폐해진 토양은 물을 덜 저장하고 기후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이번 평가는 토양 관리를 농업 분야에만 국한하지 말고 기후 적응, 생물다양성 보호, 식량 정책의 일부로 다뤄야 한다는 근거를 강화한다.
결론: 문제는 해법이 아니라 실행 규모
이번 제2차 평가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시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평가 지역의 52.5%가 토양 관리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분류되고, 2015년 이후 58%에서 악화가 보고된 반면 개선은 10%에 그쳤다.
24
25
토양을 지키려면 농가의 실천 변화와 함께 금융, 장비, 안정적인 토지 이용권, 농업지도, 모니터링과 정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보고서의 경고는 무겁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토양을 보호하고 회복할 도구는 이미 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규모 있는 실행과 토양 돌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