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남쪽과 북쪽이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남반구에는 충돌구가 많은 높고 오래된 남부 고지대가 펼쳐져 있고, 북반구에는 상대적으로 낮고 젊은 북부 평원이 자리한다. 북부 평원은 고대 바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지역이기도 하다.
새로운 Nature 연구는 이 ‘화성 지각 이분구조’가 지표와 지각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제시했다. 남부 고지대 아래 맨틀이 북부 평원 아래 맨틀보다 현재 약 200~400℃ 더 뜨겁고, 더 쉽게 변형되는 상태라는 분석이다. 남쪽의 맨틀 물질은 점성이 낮으며, 일부가 부분적으로 녹아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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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변화로 맨틀의 온도를 추정하다
연구진은 NASA의 화성 탐사선인 화성 글로벌 서베이어(MGS), 화성 오디세이, **화성 정찰 궤도선(MRO)**이 16년 동안 수집한 정밀 전파 추적 자료를 다시 분석했다. 탐사선의 궤도가 화성 중력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추적하면, 화성의 중력장과 지각 두께, 조석 반응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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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태양의 중력이 화성을 미세하게 변형시키는 태양 조석이다. 화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받는 중력 효과가 달라지면, 화성의 형태와 중력에도 아주 작은 시간 변화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화성 전체의 평균적인 조석 반응만 계산하는 대신, 이 반응이 지역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다. 이를 **조석 단층촬영(tidal tomography)**이라고 한다. 지진파로 지구 내부를 살피는 단층촬영과 비슷한 발상으로, 화성의 중력과 조석 변형 패턴을 이용해 지하 구조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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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틀의 온도와 물리적 상태는 암석의 강성, 점성, 변형 정도와 조석 에너지의 소산 방식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남부와 북부에서 나타나는 시간 변화형 중력 신호를 모델링해, 남부 아래에 더 뜨겁고 기계적으로 약한 맨틀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현재 남북 간 열 차이는 약 200~400℃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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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탐사선이 맨틀에 온도계를 내려보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측정한 것은 중력과 조석 반응이며, 온도와 부분 용융 여부는 이를 설명하는 물리 모델을 통해 추론한 결과다.
화성의 ‘양면성’이 내부까지 이어진다는 의미
화성의 남부 고지대는 북부 평원보다 고도가 높고 충돌구가 많다. 일반적으로 남쪽은 더 두꺼운 지각, 북쪽은 더 얇은 지각과 연결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지질 모델은 남부 지각의 두께를 약 60㎞, 북부 평원의 지각을 약 30㎞로 제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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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이 차이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화성의 두 반구가 단순히 지표의 높이와 지각의 나이·두께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내부 맨틀의 열과 점성에서도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의 자기 이상과 고대 물에 대한 단서
강한 자기 이상
화성 남부 고지대에는 강한 잔류 자기 이상이 집중돼 있다. 이는 화성이 과거 전 지구적 자기장을 지녔을 때, 암석이 식으면서 자기장의 흔적을 보존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화성에는 전 지구적 자기장이 없지만, 남부 지각에서는 강한 자기 신호가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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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뜨거운 내부는 초기 화성에서 일어난 부분 용융과 화산 활동, 그리고 자기 신호를 보존한 지각의 형성·변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열 이상만으로 과거 자기장의 발생 원인이나 남부의 모든 자기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열수 활동과 지하수
행성 내부의 열은 화산 활동과 열수 순환을 움직일 수 있다. 기존 연구는 남부 고지대의 자기 이상, 계곡망, 지각 내부 관입체 위에서 일어난 열수 방출 사이에 공간적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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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는 고대 화성의 물 순환을 검토할 때 고려해야 할 내부 조건을 추가한다. 남부에 열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면, 국지적인 지하수 순환이나 지하 수분 환경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과거 화성의 거주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의미 있는 단서지만, 특정 분지에 생명이 존재했거나 일정 기간 물이 지속됐다는 뜻은 아니다.
판구조론의 증거일까?
이번 연구는 초기 화성의 맨틀 대류, 암석권 재활용, 제한적인 판구조 운동을 둘러싼 기존 논쟁에도 새로운 제약을 제공한다. 화성의 선형 자기 이상은 과거 초기 판구조 활동의 흔적으로 제시된 적이 있지만, 그 해석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NASA의 한 분석은 관측된 증거가 지구와 같은 판구조론을 강하게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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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연구가 화성에 지구식 판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화성의 초기 내부 진화를 설명하는 어떤 모델이든, 상당한 남북 열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뜨거운 남부 맨틀은 어떻게 생겼나
이번 관측은 비대칭의 존재를 보여주지만, 그 원인까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현재 검토되는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다.
- 고대의 거대 충돌: 화성 초기에 일어난 매우 큰 충돌이 지각과 맨틀을 재배열하고, 표면의 이분구조와 장기간 지속된 열적 흔적을 남겼을 수 있다.
- 남부에서 지속된 맨틀 대류: 맨틀 상승류나 플룸이 남반구 쪽으로 열을 운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 두꺼운 구조 아래에 갇힌 열: 남부의 두꺼운 지각이나 암석권이 단열재처럼 작용해 맨틀의 냉각을 늦췄을 수 있다.
현재 자료만으로는 이 가운데 어느 설명이 맞는지 결정하기 어렵다. 가장 분명한 결론은 더 좁고 구체적이다. 화성의 지표에서 보이는 남북 이분구조는 깊은 내부의 열적 비대칭과도 연결돼 있으며, 남부 맨틀은 현재 북부보다 훨씬 뜨겁고 약한 상태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추가 중력 관측과 지진 자료, 지질·열 진화 모델을 결합해야 이 차이가 화성 탄생 직후의 흔적인지, 아니면 행성 내부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활동의 결과인지 밝혀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