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차이나 캐피털(China Capital)’ 조사는 중국공상은행(ICBC)이 런던 지점과 영국 자회사를 통해 베이징의 대외 전략과 맞물린 금융 거래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ICIJ와 23개 협력 언론사는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밀 내부 기록 480만 건을 검토했다. 보도의 핵심은 모든 거래가 불법이었다는 결론이 아니라, 일부 사례에서 전략·정치적 목적이 일반적인 상업성 판단, 제재 준수, 자금세탁방지(AML) 통제보다 앞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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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기록이 보여준 것으로 보도된 내용
ICIJ에 따르면 기록에는 내부 보고서, 이메일, 고객 자료, 의심거래 기록, 회의록, 은행 공산당위원회의 지침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자료들은 ICBC의 런던 사업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벨라루스 사업가와 연계된 기업, 공개적으로 부패 의혹을 받은 권위주의 지도자, 과도한 부채를 진 국가, 중국 정치권과 연결된 고객의 금융 허브로 활용됐다고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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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는 베이징 본사가 때때로 해외 직원들에게 은행의 최대 주주인 중국 국가를 위해 명시적으로 정치적인 목표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동맹 구축, 천연자원 확보, 통신·에너지·교통 인프라 분야 영향력 확대가 이런 목표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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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도는 이런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이 내부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위반하거나 적용을 면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는 내부 거버넌스와 위험관리의 중대한 문제 제기지만, 문건만으로 각 고객·대출·송금이 특정 법률을 위반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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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노르니켈과 니켈의 전략적 가치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는 크렘린과 가까운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일부 지배하는 러시아 광산기업 노르니켈(Nornickel)이다. ICIJ는 영국과 미국이 러시아산 니켈 수입을 금지한 상황에서, 2024년 ICBC 런던과 다른 해외 조직이 이 회사에 대한 위안화 대출 및 기타 금융 서비스 제공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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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가 검토한 기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ICBC가 러시아 사업을 늘렸음을 시사한다. 보도에 따르면 ICBC의 러시아 매출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에는 약 3억7,000만 달러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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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은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따라서 서방의 규제 감독을 받는 은행이 러시아 전쟁경제와 연결된 고위험 이해관계자와의 상업 관계를 유지·지원했을 가능성은, 서방 정부가 러시아 관련 교역을 제한하려 한 시기와 맞물려 더 큰 우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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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13억 달러 송금: 통상 절차보다 ‘긴급성’이 우선됐나
별도 ICIJ 보도에 따르면 ICBC 런던은 미국이 2019년 화웨이를 사기 및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한 직후, 화웨이의 ‘긴급 자금’ 13억 달러를 런던에서 선전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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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는 이를 중국의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객을 위한 긴급 작업으로 규정하며, 직원들이 통상적인 내부 절차를 우회했다고 보도했다. 송금 자체가 반드시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업이 지원을 필요로 할 때 일상적인 통제 절차가 얼마나 신속히 뒤로 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보도의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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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C와 화웨이는 해당 보도와 관련한 ICIJ의 반복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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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논리’ 대출이란 무엇인가
유출 기록에 따르면 ICBC는 순수한 상업성만으로 보면 수익성이 낮거나 손실 가능성이 있는 호주 광산·자원·인프라 기업들에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ICIJ는 장기적 관계를 심화해 중국의 자원 접근성과 더 넓은 정치적 목표를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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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는 규정준수 부서의 반대에도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 소카르(Socar)에 약 9,000만 달러를 대출한 사례도 보도했다. 이 사례들은 투자 수익뿐 아니라 자원 확보, 일대일로 인프라 연계, 전략산업 육성 같은 정책 목표를 대출의 근거로 삼을 수 있었다는 이른바 **‘중국 논리’**를 보여준다고 ICI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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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가 전략과 연계된 대출이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치적 근거가 고객 위험, 제재 노출, 자금세탁방지 통제에 대한 독립적 평가를 약화할 때 발생한다.
“고위 금융범죄 위험 고객을 정리할 의지가 거의 없다”
한 자금세탁보고책임자는 2019년 내부 메모에서 “금융범죄 위험이 높은 사업을 거래 종료(offboard)할 의지가 거의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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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업무에서 오프보딩(offboarding) 은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뜻한다. 이 표현은 금융범죄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고객이라도 관계를 끊으려는 조직 내부의 의지가 제한적이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차이나 캐피털’ 보도의 맥락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위험 축소보다 더 무게를 뒀을 수 있다는 거버넌스상 긴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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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당국의 우려와 보도의 한계
ICIJ는 ICBC 계열사가 여러 국가에서 제재 또는 규제당국의 우려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캐나다·룩셈부르크의 계열사에 금융범죄 통제, 제재 회피 방지 체계 등의 미흡을 이유로 벌금이 부과된 사례가 언급됐으며, 다른 국가의 감독당국도 추가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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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재 이력은 유출문건이 제기한 통제 실패 의혹을 이해하는 맥락이 된다. 다만 특정 계열사에 대한 규제 조치, 내부 준법 경고, 유출 기록 속 의혹은 서로 다른 종류의 증거다. 따라서 이를 각 거래에 대한 포괄적 법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국의 반응과 이 조사가 던진 질문
중국 당국은 중국의 해외 금융이 정치적 동기에 좌우되거나 불투명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잠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은 ICIJ에 중국의 해외 금융은 시장 규칙과 국제 규범을 따르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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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ICIJ의 보도와 인용된 전문가들은 국가가 지배하는 은행이 금융을 통해 외교 동맹, 자원 접근, 전략 인프라 영향력을 강화하는 ‘금융 국정운영’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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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의 의미는 어느 한 건의 송금이나 대출을 넘어선다. 국가가 대주주인 글로벌 은행의 상업적 판단이 국가 전략 목표와 겹칠 때, 통상적인 준법감시와 소재국 감독이 정치적 압력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유출 기록은 모든 사례의 위법성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이 질문을 외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