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번 성과는 단순히 긴 DNA 서열을 얻은 데 그치지 않는다. 유전자와 염색체, 조절 영역의 위치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구조화된 기준 지도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앞으로 연구진은 이 지도를 바탕으로 유전체의 구조와 남극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 스트레스 반응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미 부분적인 유전체 자료와 전사체 자료를 이용해 남극개미자리를 연구해 왔다. 한국극지연구소와 연계된 연구에서는 현장에서 자란 식물과 실험실 배양 식물의 유전자 활동을 비교했고, 저온 반응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되는 수천 개의 주석 유전자를 보고했다.
전사체는 특정 환경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유용한 ‘스냅샷’이다. 그러나 전체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서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까지 보여주는 염색체급 표준 유전체와는 다르다. 폴라릭스 프로젝트는 기존 자료에 더 넓은 구조적 틀을 추가해 유전자 위치와 유전체 조직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진이 이번 조립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 역할을 맡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퀀싱이나 스캐폴딩, 검증 등 특정 작업을 캘리포니아 연구진의 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남극개미자리는 지구상 가장 혹독한 환경 중 하나에서 자연적으로 살아남는 식물이다. 연구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다.
염색체급 유전체가 있으면 특정 유전자군이나 유전자 조절 영역이 이런 반응과 연관되는지 추적하기 쉬워진다. 극지 식물의 유전체 구조, 적응 진화, 배수성 가능성을 비교 연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남극에서의 생존이 하나의 ‘슈퍼 유전자’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 과제는 식물이 성장과 번식을 이어가는 동안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언제, 어떻게 동시에 작동하고 균형을 이루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가능한 농업적 경로는 남극개미자리와 옥수수, 콩, 밀 같은 작물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물에 이미 존재하는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나 그 조절 스위치를 찾아 추위·가뭄·자외선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높일 수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
프로젝트와 관련해 보도된 유전자 편집 전략은 남극 식물의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해 형질전환 작물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유용한 반응이 확인될 경우 작물이 원래 갖고 있는 유전자나 조절 부위를 바꾸는 방향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연구 전략이지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먼저 남극개미자리의 어떤 유전자와 생물학적 경로가 실제로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는지 밝혀야 한다. 이후 그 반응을 작물의 세포와 개체에서 재현하고, 농업 환경에서도 효과가 유지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폴라릭스 프로젝트가 내놓은 것은 ‘기후변화에도 끄떡없는 작물’이 아니라, 그런 작물을 만들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정밀한 유전체 지도다. 당장 가장 큰 기여는 스트레스 내성의 생물학적 기제를 더 정확히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옥수수·콩·밀에서 상용화 가능한 형질이 나올지는 앞으로 진행될 유전자 기능 연구와 작물 실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