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샹그릴라 대화는 오랜 기간 표류해 온 남중국해 행동 규범(COC) 협상을 둘러싼 아세안 내부의 깊은 균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이 되었다. 같은 포럼에서 필리핀 국방 수장과 아세안의 최고 행정 책임자는 완전히 상반된 그림을 그리며, 제도적 낙관론과 최전선 회원국의 생생한 좌절감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필리핀 국방장관 힐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는 패널 토론에서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는 2013년부터 진행되어 온 COC 협상의 유일한 최대 걸림돌이 베이징이라고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21, 23]. 테오도로 장관은 중국에게 협상이 "분쟁 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유지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은 이러한 지연 전술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는 단순한 정책 대결을 넘어 신뢰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테오도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같은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범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애초에 협상의 필요성 자체가 중국이 기존 규범 준수를 거부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
세션은 중국 인민해방군(PLA) 전문가 대표단 소속 장츠가 테오도로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리며 격화되었다. 장츠는 필리핀이 공식적으로는 COC를 지지하면서도 무인 암초에 일방적으로 인원을 파견하는 행위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 선언(DOC)을 위반하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17, 19]. 테오도로는 이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대신 "질문으로 위장한 선전 공세"라며 일축했고, 이 발언은 청중 일부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
같은 포럼의 다른 세션에서 아세안 사무총장 카오 킴 혼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아세안과 중국이 올해 안에 COC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양측 모두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카오 사무총장은 2026년까지 협정을 완성하는 것이 모든 당사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며 실무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재확인했다
.
카오 사무총장의 낙관론은 그의 이전 공개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2025년 말, 그는 필리핀과 중국 간의 양자 긴장이 COC 지연을 초래하는 실질적 쟁점 중 하나라는 견해를 일축하며 협정문이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전적인 확신"을 표명한 바 있다 . 이러한 어조는 내부적으로, 그리고 베이징과의 사적인 의견 차이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외교적 프로세스를 공개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아세안 사무국의 전통적인 역할을 반영한다. 이 제도적 입장은 중국 외교 수장의 메시지와도 맞물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25년 7월 베이징에서 카오 사무총장을 만나 예정대로 COC 타결을 완료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핵심 협력 분야로 규정한 바 있다
.
협상을 중국의 덫으로 보는 국방장관과 이를 실현 가능한 근시일 내 목표로 보는 사무총장 사이의 극명한 간극은 해양 안보를 둘러싼 아세안 주도 외교의 고질적인 줄타기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교적 설전 이면의 실질적인 교착 상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세안과 중국은 2022년 단일 협상 초안을 마련했지만, 이 문서는 여전히 비공개이며 다음과 같은 여러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COC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임기 내 최종 초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하지만 2026년 6월 현재, 최종 합의된 문서가 존재한다는 공개 증거는 전무하다. 카오 사무총장 스스로도 협정문을 협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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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방장관 힐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는 2026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행동 규범(COC) 체결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고 직격하며, 베이징이 협상 자체를 현상 유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연 전술’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국방장관 힐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는 2026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행동 규범(COC) 체결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고 직격하며, 베이징이 협상 자체를 현상 유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연 전술’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대표가 필리핀의 COC 지지와 현장 행동 사이의 모순을 공개 추궁하며 설전이 격화되었고, 이는 양국 간 신뢰 부재라는 전략적 균열을 국제 사회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아세안 사무총장 카오 킴 혼이 2026년 내 타결에 대한 낙관론을 견지한 반면, 법적 구속력, 적용 범위, 군사 활동 제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진전이 없어 ‘규범 없는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