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미칠 변화가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의 등장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한 그는 AI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일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언급했다.
2
그가 던진 질문은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화를 어떤 방식으로 과세할지, 또 기계가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어떤 일은 사람에게 남겨둘지를 사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
사람을 고용할 때와 자동화할 때, 세금은 다르다
게이츠가 제안한 해법 가운데 하나는 AI 토큰과 로봇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AI 토큰은 AI 모델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단위를 가리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업은 사람을 고용하면 임금에 급여 관련 세금을 내지만, 로봇을 구매하면 그 비용을 사업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차이가 기업에 사람 대신 기계를 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3
40
게이츠는 자동화에 세금을 부과하면 사람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속도를 늦추고, 자동화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지원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AI의 유익한 활용, 예컨대 의약품과 교육을 더 저렴하게 만드는 데까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세금은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0
이는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그가 제안한 방향이다. 실제 효과는 과세 대상을 어떻게 정하고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기계가 할 수 있어도 사람에게 남길 일
또 다른 제안은 일부 일자리를 ‘Human Reserved’, 즉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게이츠는 기계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자동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교육과 보건 분야의 일부 직종을 사람에게 남기는 방안을 언급했다. 다른 보도에서는 보육과 배심원 역할이 사례로 거론됐다.
2
6
이 구상은 기술의 능력만이 아니라 사회가 어떤 일을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지 따져보자는 제안이다. 어떤 직종을 보호할지,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당장 우려하는 위험은 AI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
게이츠는 장기적인 고용 변화와 별개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강력한 AI를 악의적인 행위자가 이용할 위험도 경고했다. 특히 앞으로 1년 안에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늘고 “부정적인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17
세금과 보호 대상, 설계가 관건
로봇세는 새로운 논의만은 아니다. 2017년에도 게이츠의 로봇 과세 제안에 비판이 제기됐고, 하버드대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는 이를 “진보에 대한 보호주의”라고 비판했다. 과거의 반대 의견은 이번 제안이 실효성을 가질지 따져볼 때 참고할 만한 맥락이지만, 그 자체로 새 제안의 효과를 판정해 주지는 않는다.
44
결국 남은 과제는 AI 사용 가운데 무엇을 과세 대상으로 볼지, 어떤 일을 사람만 맡도록 할지, 노동자를 지원하면서도 유익한 자동화를 불필요하게 억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다. 게이츠의 제안은 이런 선택을 사회가 미리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이지, 해법이 이미 정해졌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