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많은 창업이 시작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은 성공한 뒤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의 여정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한다고 지적한다.
성공한 창업가에게 “다시 해도 창업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하지만, 그는 이런 답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고 본다.
창업자의 일상은 화려한 혁신이 아니라 두려움, 공개적인 비판, 그리고 직원·투자자·고객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가장 힘든 시기를 버티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제 일을 잊어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시간이 지나면 당시의 고통이 희미해지기 때문에, 성공한 창업가들이 나중에 돌아보며 “다시 하겠다”고 말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엔비디아는 AI 컴퓨팅의 핵심 기업이지만, 초창기에는 회사가 살아남을지조차 불확실했다.
여러 번의 위기가 회사를 거의 끝장낼 뻔했다.
엔비디아의 초기 주요 제품인 NV1 그래픽 칩은 기술적으로 잘못된 접근을 선택했다. 이 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X 같은 산업 표준과 호환되지 않는 구조였고, 그 결과 회사는 기술적 방향을 크게 수정해야 했다.
이 결정은 젊은 스타트업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1990년대 중반, 엔비디아는 단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현금만 남은 상황에 놓였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회사의 생존은 일본 게임 기업 세가(Sega)와의 계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게임 콘솔용 그래픽 칩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젠슨 황은 결국 그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세가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신 그는 계약의 남은 가치를 약 500만 달러 투자 형태로 전환하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 자금은 엔비디아가 몇 달 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 결정이 없었다면 엔비디아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재정 압박 속에서 회사는 인력 감축과 조직 재편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창업자이자 CEO였던 황에게는 이런 실패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떠안고 팀을 계속 앞으로 이끄는 일이 큰 부담이었다.
초기 아키텍처를 포기한 뒤 엔비디아는 산업 표준에 맞는 그래픽 칩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고, 이후 PC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이후 엔비디아 전략의 핵심이 됐다.
이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용 그래픽 회사였던 엔비디아를 인공지능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기반이 됐다.
젠슨 황의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현재 엔비디아의 위치 때문이다.
AI 붐 속에서 엔비디아의 GPU는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핵심 하드웨어가 됐다. 그 결과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5조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 됐다.
겉으로 보면 엔비디아의 성공은 마치 필연적인 결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황의 이야기는 그 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 기업 중 하나가 되기 전까지 여러 번 거의 실패 직전까지 갔던 스타트업이었다.
젠슨 황의 회고는 스타트업 세계의 중요한 역설을 보여준다.
만약 창업가들이 회사 창업의 감정적·재정적 비용을 처음부터 정확히 알았다면, 많은 기업은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불확실한 도전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엔비디아 같은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