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징둥닷컴은 이제 두 개의 거대한 힘 사이에 갇혔다. 하나는 자동화가 가져다주는 냉혹한 경제 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 기술 기업들에게 노동자 보호를 강하게 요구하는 정치적·법적 틀이다.
류창동의 사내 연설은 모호함이 없었다. 기계 때문에 일선 노동자를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택배 직원과 라이더부터 드론 조종사, 로봇 유지보수 엔지니어까지 90만 생태계 인력 앞에서 한 말이라 무게가 실렸다 .
그는 새 기술 앞에서도 생산직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열반 프로젝트(Nirvana Project, 涅槃项目)'를 특별히 언급했다. 이 작명은 우연이 아니다. '열반'은 파괴가 아닌 재생과 부활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징둥은 전국에 80개 이상의 '로봇 기지(robobase)' 훈련 센터를 세웠다. 이곳에서 노동자들은 기계를 수리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우며, 류창동이 표현한 대로 '화이트칼라'로 전환하는 길을 걷게 된다
. 실제로 회사는 이미 183가지의 새로운 현장 직무를 만들고, 여러 대학과 협력하여 자동화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위한 체계적인 경력 경로를 구축해 왔다
.
문제는 류창동의 이런 약속과 정반대의 행보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징둥 물류는 상상을 초월하는 5개년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300만 대의 로봇, 100만 대의 자율주행 차량, 10만 대의 드론을 전체 공급망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 이는 겨우 시범 사업 수준이 아니었다. 징둥의 '울프 팩' 시리즈 로봇은 이미 중국 20개 이상의 성과 해외 1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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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이 되자 회사는 이 프로젝트에 구체적인 가격표를 붙였다. 5년간 220억 위안(약 3조 8천억 원)을 공격적인 자동화와 직원 복지에 나눠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 또한 2025년 11월 세계 인터넷 회의에서 류창동은 곧 도래할 거의 완벽한 자동화의 세계를 묘사했다. 그가 설명한 베이징의 한 분류 센터는 수작업 인력의 약 90%를 로봇으로 교체했고, 2026년 4월에는 세계 최초의 완전 무인 배송 스테이션이 문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옥상에서 이착륙하는 드론, 1층을 점령한 자율주행 배송 차량, 실내에서 상품을 싣는 로봇 팔까지 갖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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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수호자'와 '자동화 전도사'라는 류창동의 두 얼굴은 조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한 플래그십 창고는 단 4명의 인간 직원만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4만 제곱미터 규모의 시설을 감독하며, 하루에 20만 개의 택배를 온전히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 만약 이 모델이 징둥이 확장하려는 표준이라면, 90만 명의 일자리를 모두 지킨다는 계산법은 풀기 어려운 퍼즐이 된다.
게다가 이 모순을 더 극명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사내 연설에서 류창동 스스로 자신의 보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절대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은 회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점차적으로 퇴출될 것"이라는 직설적인 단서를 덧붙였다 . 저성과자를 위한 이 예외 조항은, AI 해고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도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류창동의 약속이 있기 불과 몇 주 전, 중국 기술 산업의 법적 지반이 뒤흔들렸다.
2026년 4월 30일, 항저우 중급인민법원은 한 기술 회사가 AI로 직원의 역할을 대체한 후 해당 직원을 불법 해고했다고 판결했다. 회사는 직원의 직급을 강등하고 월급을 40% 삭감했으며, 직원이 새로운 조건을 거부하자 해고를 통보한 사건이었다 .
법원의 논리는 단호했다. AI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은 중국의 '노동계약법'이 해고 사유로 규정한 "객관적 상황의 중대한 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적 요건은 사업장 이전이나 인수합병 같은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지, 비용 절감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기술 도입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법원은 해당 회사에 보상금으로 26만 위안(한화 약 4,5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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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법원의 스궈창 판사는 국영 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단순히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했다는 논리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 판결은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AI 시대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 판례'들 중 하나로 공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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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원들은 일관된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다. 광저우 중급인민법원 역시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여, AI 사용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결정일 뿐 해고를 허용하는 '중대한 변화'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 2026년 5월이 되자 여러 중국 법원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했다. AI 기반 정리해고는 현행 노동법 아래 불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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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정부의 상위 기조도 확실하다. 분석가들은 중국 정부가 주요 기술 기업들에게 AI로 인한 대량 해고는 정치적, 법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 이러한 배경 아래서 본다면, 류창동의 약속은 순수한 자발적 헌신이라기보다, CEO가 규제 현실을 앞서 나가려는 행보에 가깝다.
류창동의 말과 징둥의 행보 사이의 괴리는 외부 관찰자들에게도 명확히 감지된다.
그가 중국 최고의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표명한 '무인 시대' 비전은 드론, 로봇, 자율주행 차량으로 구축될 물류 미래에 대한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 한 분류 센터에서 90%의 노동력을 감축한 것은 진정한 운영상의 성과이며, 징둥은 이를 적극적으로 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단 4명으로 운영되는 완전 자동화 창고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회사가 확장하고자 하는 개념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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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프로젝트와 80여 개의 훈련 기지는 실제로 존재하며, 이 재교육 인프라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놓는 서류상의 지원 약속보다 훨씬 실질적이다 . 그러나 핵심적인 물음은 '규모'의 문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직원들을 재교육시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증거는 로봇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무해고 약속은 엄밀히 말해 "기계로 대체된 일선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택배 직원, 분류 작업자, 창고 직원들이 대상이다 . 이는 징둥이 자연 감소, 조기 퇴직, 타 부서로의 전환, 또는 류창동 스스로 언급한 성과 기반 퇴출과 같은 부드러운 경로를 통해 인력을 재편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 300만 대의 로봇을 도입하는 5개년 계획 아래에서는, 공식적인 AI 해고 발표 없이도 이러한 경로를 통한 인력 감축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항저우 법원의 판결 또한 자동화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업이 AI를 직원 해고의 법적 명분으로 삼을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 징둥은 여전히 수백만 대의 로봇을 배치할 수 있다. 다만 직원에게 "네가 사라진 이유는 저 로봇 때문이야"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류창동의 도박은 재교육이 물류 노동자들을 배치 속도에 맞춰 로봇 기술자로 신속하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걸려 있다. 현재로서는 세계 최초의 완전 무인 배송 스테이션이 문을 열기로 예정된 시점에, 열반 프로젝트는 아직 확장 단계에 있다. 두 개의 타임라인은 충돌 경로에 있으며, 징둥의 인력이 '변화'할지 '축소'될지는 AI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노동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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