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제의 근원을 개인이 아닌 문화적·사회적 남성성 모델에서 찾았다. 오랜 시간 동안 사회가 남성에게 지배, 공격성, 과도한 자존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교육해 왔고, 이런 가치가 정치권력과 결합될 때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바르뎀은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표현하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산업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분위기가 점차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쟁 현실을 직접 접하면서 침묵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발언이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바르뎀의 정치적 발언은 그가 홍보하던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영화 **‘더 빌러브드’**는 스페인 감독 **로드리고 소로고옌(Rodrigo Sorogoyen)**의 작품으로, 바르뎀이 폭발적인 성격과 강압적 태도를 가진 영화 감독을 연기한다.
이 캐릭터는 권위주의적 태도와 과도한 자존심, 통제 욕구를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바르뎀은 기자회견에서 이 인물의 성격적 결함 역시 ‘독성 남성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히 한 감독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남성성, 권위주의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그는 이를 현실 정치와 연결해 설명했다.
바르뎀은 원래 정치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이스라엘‑가자 분쟁, 인권 문제, 평화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최근에도 전쟁과 민간인 피해를 비판하며 책임과 휴전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이처럼 국제적인 행사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는 그를 할리우드에서 가장 직설적인 정치 발언을 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바르뎀의 발언이 특히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올해 칸 영화제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79회 칸 영화제에서는 개막 초기부터 국제 정치, 전쟁, 인공지능, 영화 산업의 변화 등이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가자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화제 주변 담론을 크게 지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르뎀의 기자회견은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영화 산업과 세계 정치가 충돌하는 칸 영화제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바르뎀의 발언은 영화계에서 오래 이어진 논쟁을 다시 보여준다.
배우와 감독이 영화 홍보나 문화 행사에서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지지자들은 유명 인사가 가진 영향력을 활용해 인권 문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복잡한 국제 정치 문제를 단순한 메시지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 편의 영화 홍보가 어떻게 권력, 전쟁, 그리고 현대 정치 문화에 대한 논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