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언은 단호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 구성원 모두가 이스라엘 정부로서 이 합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며, 정부 전체가 외교적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이어 벤그비르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탁자를 치며" 강하게 항의해 이 합의를 무산시킬 것을 촉구했다
.
이러한 발언의 시점은 매우 절묘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불과 며칠 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포기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대가로 미국의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또한 중재자들은 60일 휴전 연장에 거의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
벤그비르가 기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바로 그 시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의 여러 마을을 향해 120차례가 넘는 공습을 퍼붓고 있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으며, 다른 소식통은 사망자 수가 31명에 달한다고도 전했다 .
특히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타격이 두드러졌다. 서부 베카 계곡의 마을 마슈가라에서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8차례 연속 폭격을 가해, 레바논 국립 통신이 이른바 '불의 고리'라고 묘사한 포화 속에 최소 5명이 사망했다 . 남부 항구 도시 티레에서는 주거 지구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고, 민방위대는 철야 작업을 벌이며 잔해 더미에서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군에 헤즈볼라를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 이는 당초 4월 16일 발표되었으나 이미 매일같이 위반되던 취약한 휴전 협정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조치였다
. 3월 초 재개된 적대 행위로 인해 레바논에서는 이미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고 3,100명 이상이 사망한 상태였다
.
이날 사태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군사적 확전이 외교적 과정을 겨냥한 것이라는 명백한 연결 고리였다. 벤그비르는 이날의 폭격이 미국-이란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임을 공개적으로 시사했고, 여러 국제 언론도 즉각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 아시아 타임즈는 "이스라엘이 화요일 레바논에 대한 새로운 폭격을 시작하면서, 극우 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진행 중인 평화 협상을 탈선시키려는 의도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반복되는 패턴이다. 앞서 4월 미국-이란 간 휴전이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고, 당시 중재를 주도하던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네타냐후가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막 앉으려는 순간" 협상 자체를 방해하려 했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 비즈니스 스탠다드의 분석은 이러한 패턴이 2년 이상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무대로 지속되어 왔으며, 외교적 모멘텀이 살아날 때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확전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
이란 관리들의 비난도 직접적이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나세르 카나니는 "이스라엘에게서 어떤 프로세스에 대한 방해 외에 다른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테헤란의 협상 요구 사항에는 미국-이란 간 적대 행위 중단뿐 아니라, 이미 12,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 또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
벤그비르의 선언은 이스라엘 내 정치적 균열 또한 드러냈다. 그가 자신과 오츠마 예후디트를 '나쁜 거래'로부터 이스라엘 안보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자처하는 동안, 야권 역시 이 합의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지만 그 이유는 전혀 달랐다. 야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과정 자체에서 완전히 소외된 점을 두고, 이스라엘의 국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이는 벤그비르가 과거 가자지구 인질 협상에서 보였던 정치적 협잡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앞서 "우리의 정치적 힘을 통해 우리는 이 (인질 석방) 거래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 이란과의 외교를 향한 그의 반대는, 협상을 곧 굴복으로 간주하는 강경파의 입장을 그대로 연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폭탄이 쏟아지는 그 순간에도 외교적 해법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재자들이 미국과 이란의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논의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며칠 내에 합의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
그러나 벤그비르의 공개적인 거부권 행사와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군사 작전은 이 모든 전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협상을 '나쁜 거래'로 규정짓는 정치적 선언과, 그 협상을 탈선시키기 위한 군사적 확전이 같은 날 완벽한 타이밍으로 맞물린 이날의 일련의 사건들은, 외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