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N의 다니엘 로버츠 공동 CEO가 제시하는 핵심 논지는 AI 인프라가 일반적인 투자 과열·공급 과잉 사이클과 다르다는 것이다. 컴퓨팅 자원이 늘면 더 큰 모델 학습, 대규모 추론, 새 AI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이것이 다시 수요를 만든다. 반면 그 컴퓨팅을 실제로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과 데이터센터는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
1
3
이 논리가 IREN이 비트코인 채굴 중심 사업에서 AI 클라우드 인프라로 무게를 옮기며 2027회계연도에 최대 300억 달러의 설비투자(CapEx)를 제시한 배경이다. 다만 ‘수요가 강하다’는 주장과 이처럼 거대한 투자를 제때 자금 조달하고 완공할 수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디지털 수요와 물리적 공급의 시간차
로버츠의 설명에 따르면 AI 수요는 자기강화적이다. 추가 컴퓨팅은 더 대규모 학습과 더 많은 추론 처리, 더 다양한 상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공급은 발전 설비, 송전망, 계통 연계, 부지, 데이터센터 건설, 냉각 설비, GPU, 구축 인력처럼 물리적 요소에 좌우된다. IREN은 이를 ‘디지털 수요와 물리적 공급 간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1
3
이 때문에 높은 가격이 신규 투자와 결국 공급 과잉을 부르는 전형적인 원자재 사이클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로버츠의 시각이다. 실제 전력이 공급되는 GPU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는 긴 리드타임과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 자본을 쓰겠다는 의지만으로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1
13
골드만삭스도 전력이 핵심 제약이라는 전제에는 힘을 싣는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을 기존 83GW에서 약 108GW로 높였고,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전망도 3.5%로 상향했다.
19 별도 보도에서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2030년 약 125GW로 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데이터센터 ‘용량’과 ‘전력수요’는 같은 지표가 아니므로 두 수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
20
최대 300억 달러 투자, 어떻게 조달하나
IREN은 250억~300억 달러가 신규 보통주 발행 필요액이 아니라 전체 프로젝트 설비투자액이라고 강조한다. 로버츠는 고객 선납금이 GPU 설비투자의 약 절반을 충당할 수 있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담보대출 또는 GPU 기반 금융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
회사는 8개월 동안 고객 선납금, 전환사채, GPU 리스, GPU 금융을 통해 총 93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32 IREN의 자본계획 관련 보도에 따르면 조달된 190억 달러 가운데 주식 발행으로 마련한 금액은 30억 달러였다.
2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약이다. IREN은 엔비디아 GB300 시스템 기반 GPU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약 97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을 발표했다. 총 200MW의 핵심 IT 부하를 50MW씩 4단계로 구축하는 방식이며, 계약에는 고객의 20% 선납금이 포함된다.
25
33 이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36억5,000만 달러 규모의 GPU 금융 시설도 조성된 것으로 보도됐다.
27
이런 구조는 초기 주식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금융 위험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 고객의 신용도, 선납금 유입 시점, 대출·장비금융 시장 여건, GPU 담보가치, 장비 납기, 데이터센터 전력 인입이 모두 계획과 맞아야 한다.
6억8,400만 달러 순손실은 어떻게 봐야 하나
IREN은 채굴 사업에서 AI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기 순손실 6억8,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와 후속 보도에 따르면 이 중 상당 부분은 기존 채굴 장비의 퇴역·매각에 따른 비현금성 비용이다. 채굴 장비 손상차손 4억5,040만 달러와 매각예정 채굴 장비의 공정가치 하락 1억210만 달러가 반영됐다.
6
7
따라서 이 비용만으로 AI 확장에 드는 현금 지출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기존 자산을 정리하면서 더 큰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는 데 따른 경제적 비용이라는 점에서는 중요하다.
IREN은 2026년 AI 용량과 연계된 계약 기반 연환산 매출(run-rate revenue)이 약 40억 달러이고, 해당 용량이 대체로 판매 완료됐다고 밝혔다. 해당 분기의 AI 클라우드 매출은 약 7,050만 달러였다.
6
8 계약 매출은 인프라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미 유입된 현금흐름이나 향후 모든 용량에서 동일한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MW당 계약 가격이 중요한 이유
경영진은 3년 계약 가격이 11월 이후 약 125%, 5년 계약 가격은 약 70%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 계약은 IT 부하 1MW당 2,000만 달러를 웃돌았고, 진행 중인 협상에서는 약 2,500만 달러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회사는 이전 가격 기준으로 컴퓨팅 투자비 회수 기간이 약 2년이라고 설명했다.
12
17
이는 공급 부족 논리와 프로젝트 수익률을 연결하는 지표다. 전력이 실제 공급되는 데이터센터, 설치된 GPU, 확정 고객을 보유한 사업자는 AI 용량이 널리 풀리기 전 높은 가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계약 가격이 하락하거나 장비 경제성이 나빠지고 시설 가동이 지연되면, 막대한 설비투자는 곧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네오클라우드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어떻게 경쟁하나
IREN, 코어위브(CoreWeave), 네비우스(Nebius)는 AI용 GPU 클라우드에 특화된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다. 범용 클라우드보다 AI 작업에 맞춘 인프라, 직접적인 용량 접근, 경우에 따라 더 낮은 이용료를 내세운다.
공개 가격 비교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한 비교에서는 B200 노드 8대의 30일 이용료가 네비우스에서는 32만9,472달러, 하이퍼스케일러에서는 74만2,349달러로 추산됐다. 다만 가격 체계와 데이터 출처가 달라 모든 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동일 조건 비교는 아니다.
49 또 다른 비교에서는 H100 온디맨드 가격이 네비우스는 GPU 시간당 3.85달러, 코어위브는 6.16달러로 제시됐다.
53
실제 구매 비용은 GPU 세대, 네트워크, 스토리지, 지역, 예약 기간, 가용성, 지원, 서비스 수준 협약(SLA)에 따라 달라진다. 네오클라우드의 경쟁력은 단순 시간당 표시가격뿐 아니라, AI 최적화 용량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는지에도 있다.
IREN의 주요 계약
IREN의 AI 클라우드 전략을 뒷받침하는 대표 계약은 다음과 같다.
- 엔비디아와 체결한 5년, 34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용량 리스 계약. 5월 체결된 것으로 보도됐다.
20
- 엔비디아 GB300 기반 GPU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약 97억 달러 규모 5년 계약. 50MW씩 4단계, 총 200MW 핵심 IT 부하를 대상으로 한다.
25
33
IREN은 텍사스주 차일드리스(Childress) 부지의 첫 50MW ‘호라이즌’ 배치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인도했다고도 밝혔다.
12
결론: 강한 논리이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AI 작업량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반면 전력과 데이터센터는 즉시 건설할 수 없다는 점에서 로버츠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상향된 전력수요 전망과 IREN이 공개한 대형 계약은 시장이 왜 전력 공급이 가능한 AI 용량에 주목하는지 보여준다.
19
25
그러나 ‘공급이 영원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은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다. IREN의 성패는 계약된 수요를 실제 가동 인프라와 조달된 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전력 지연, 장비 부족, 금융 경색, AI 컴퓨팅 가격 하락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선납금, 금융 약정, 계약 기반 매출은 계획의 근거가 되지만 실행 위험을 제거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