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그룹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엘헤데리가 호르무즈 해협이 약 5년 안에 “중복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선박이 더는 이 해협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라기보다, 걸프 국가들이 대체 경로를 마련해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란 전쟁은 특정 해상 통로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는지 드러냈다. 전쟁 전에는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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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헤데리의 구상은 송유관과 항만, 물류망에 투자해 해협이 막히거나 불안정해져도 일부 수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원유 우회 수출 사례가 있지만, 지금의 시설만으로 모든 걸프 국가의 수출품, 특히 LNG까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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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은 해협의 소멸이 아니라 의존도 감소
여기서 ‘중복’은 호르무즈 해협이 물리적으로 없어지거나 선박 통행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해협 바깥으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면, 해협의 운항에 차질이 생겨도 일부 생산국이 받는 충격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엘헤데리는 걸프 지역의 대체 물류망 투자가 회복과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분쟁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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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전망이지, 5년 안에 완공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뜻하지는 않는다. 보도된 자료만으로는 제안된 우회 경로가 걸프 지역 전체 교역을 대체할 만큼 충분한 수송 능력을 갖추게 될지 확인할 수 없다.
사우디·UAE의 원유 우회 수출, 가능성과 한계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낼 수 있다. UAE에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의 푸자이라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있다. Kpler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홍해 연안 원유 선적량은 전쟁 전 하루 75만 배럴에서 6월 하루 430만 배럴로 늘었다. 같은 비교 기간 UAE의 푸자이라 선적량은 하루 110만 배럴에서 270만 배럴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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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경로는 원유를 해협 밖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송유관의 명목상 수송 능력이 실제로 꾸준히 수출할 수 있는 물량과 같지는 않다. 사우디 경로는 얀부항의 선적 능력에도 좌우된다. 동서 송유관이 9월 말 재가동된 뒤 실제 처리량은 업계 관계자 추산 하루 약 200만 배럴, Kpler 추산 하루 265만 배럴로 보도됐다. 이는 송유관의 명목상 하루 700만 배럴 용량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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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량 회복을 해협 자체의 정상화로 오해해서도 안 된다. Kpler 자료를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이란을 제외한 걸프 지역의 원유·콘덴세이트 수출은 9월 하루 최소 1,650만 배럴로, 전쟁 전 기준치에 도달했다. 하지만 일부 물량은 우회 경로로 이동했기 때문에 이 수치가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정상화됐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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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와 LNG는 다르다…LNG 우회로는 큰 과제
원유를 운반하는 송유관이 LNG 선박의 항로를 그대로 대신할 수는 없다. 한 분석은 관련 걸프 지역 LNG 수출에 실현 가능한 송유관 우회 경로가 없다고 설명한다.
42 실제로 LNG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통과했다. 로이터가 보도한 Kpler 자료에 따르면 9월 해협을 빠져나간 LNG 화물선은 21척으로, 6월의 15척보다 늘었으며 전쟁 발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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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호르무즈가 모든 걸프 에너지 수출에 불필요해질 것이라는 포괄적인 주장은 뒷받침하기 어렵다. 엘헤데리의 전망은 LNG보다는 일부 원유 수출에 더 잘 들어맞을 수 있지만, 5년 안에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8,720억 달러는 우회로 건설 예산이 아니다
HSBC는 중동·북아프리카·튀르키예 지역에 8,72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 파이프라인이 있다고 제시했다. 엘헤데리는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에 대한 HSBC의 의지가 “확고하다”고도 말했다.
3 이 수치는 지역의 광범위한 투자 기회를 가리키는 것이지, 호르무즈 우회 시설에 이미 배정된 자금이나 완공된 수송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대체 경로를 만들려면 송유관과 항만뿐 아니라 안전한 운송 연결망도 필요하다. 이런 기반 시설 역시 처리 용량의 한계나 운항 차질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엘헤데리의 5년 전망을 가장 신중하게 해석하면 일부 원유 수출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모든 걸프 국가와 에너지 상품, 해상 경로에서 해협이 불필요해진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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