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쟁 위험 보험 시장은 이 위기에 가장 극적으로 반응한 분야다. 위기 이전에는 선박 가격의 1% 미만이었던 전쟁 보험료율이 1%에서 최대 7.5%까지 폭등했다 . 예를 들어 1억 달러(약 1,350억 원)짜리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를 단 한 번 통과하는 데 드는 보험료만 200만
900만 달러(약 27억121억 원) 에 이른다 . 미 해군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경우, 7일짜리 보험 증권 가격이 위기 전과 비교해 무려 4,000배나 올랐다는 보고도 있다
.
이런 극단적인 숫자들 앞에서 10만20만 달러(약 1억 3천만2억 7천만 원)의 통행료는 확실히 '공짜'처럼 느껴진다. 마리나키스는 이 통행료가 전쟁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문제는 마리나키스가 제시한 금액과 이란이 실제로 요구하는 금액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각종 정보에 따르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대가로 선박당 최대 200만 달러(약 27억 원) 를 요구해 왔다. 이란이 설립했다고 주장하는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도 100만 달러가 넘는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마리나키스가 제안한 10만~20만 달러는 이란 입장에서 시작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일 가능성이 크다.
아테네 포럼에 모인 다른 해운사 수뇌부들은 비용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허들을 지적했다. 돈을 더 내더라도, 지금은 아무도 배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해운사 임원은 "예를 들어 60일 휴전이 성사되고 호르무즈가 포함된다 하더라도, 해협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각국의 확실한 안전 보장(security guarantees) 없이는 한 척의 배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박과 화물에 대한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무원들의 생명 안전이며, 전쟁 중인 국가들의 명확한 약속 없이는 분쟁 지역에 상선을 재진입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
.
또 다른 큰 장벽은 정치적, 법적 리스크다.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정부에 직접 통행료를 지불하는 행위는 국제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해운사 법무팀과 기국(선박 등록국)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지불'이라는 명분만으로 이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이 통행료 논쟁은 세계 해운의 핵심 동맥이 2026년 초부터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등장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은 2026년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 이후 극도로 위험한 해역이 되었다 .
실패로 점철된 외교와 군사작전
2026년 6월 초 현재,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는 유효하며, 해협 재개 및 휴전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 한국의 한 보도에 따르면, 위기 최고조기에는 한국 선박 보험료가 전년 대비 1,000% 이상 치솟기도 했다
.
마리나키스의 '통행료 카드'는 결국, 예측 가능한 공급망을 절실히 원하는 해운업계의 고통스러운 외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해협이 다시 열리는 날은,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국제법과 군사력이 보장하는 '평화의 질서'가 복원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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