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는 더 이상 주식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진단은 AI 데이터센터·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조달이 투자등급(IG) 회사채 시장의 공급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의 발행 공백이 스프레드 반등을 만들 수는 있어도, 2027년에 예상되는 차입 수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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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회사채 발행, 투자등급 시장의 핵심 변수로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 달러화 투자등급 회사채 총발행 전망을 2조1,000억 달러에서 2조3,000억 달러로 상향했고, 순공급 전망도 8,5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높였다. 올해 누적 미국 투자등급 발행 가운데 AI 관련 발행사 비중은 약 **24%**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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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가 9월 제시한 별도 분석에서는 2026년 들어 AI 관련 회사채가 약 3,000억 달러 발행돼 AI가 신용시장의 지배적인 테마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시점과 정의에 따른 집계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데이터센터 금융과 AI 연계 업종을 더 폭넓게 포함한 글로벌 기준으로 2026년 AI 관련 부채 발행을 약 5,000억 달러 가까이 추적한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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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추정치의 범위는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AI 설비투자가 기업 신용시장의 발행 규모뿐 아니라 발행 주체와 만기 구성까지 크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2027년에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 시나리오는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2027년 회사채 발행이 약 3,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전년보다 약 40% 증가한 수준이다. 이 전망은 약 9,300억 달러의 설비투자와, 그중 부채 조달 비중이 약 **30%에서 37.5%**로 높아진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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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단순하다.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기업은 외부 자금조달을 확대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연산 능력, 반도체 및 지원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형 클라우드·반도체 기업에는 회사채가 그 자금 공백을 메우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분석에서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이 2027년 설비투자의 **35%**를 부채로 조달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기준 약 4,000억 달러의 부채 발행을 뜻한다고 제시했다. 3,400억 달러와 4,000억 달러의 차이는 시나리오와 발행 범위의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공통된 메시지는 빠른 정상화보다 높은 차입 수준의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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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차환이 아니라 ‘순증’ 공급
만기 회사채를 새 회사채로 갈아타는 차환 발행이 중심이면 시장은 비교적 수월하게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 기존 채권 보유자에게 상환 원금이 돌아오고, 그 자금이 신규 발행으로 재투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 분석에 따르면 관련 하이퍼스케일·반도체 기업의 2027~2028년 만기 도래 부채는 약 450억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차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존 부채 교체가 아닌 추가 순공급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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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새 채권을 사들일 여력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규 자금 유입, 포트폴리오 재배분, 다른 자산 매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과 재무여력이 좋아도, 공급 자체가 늘어나면 회사채 스프레드에는 확대 압력이 생길 수 있다.
4분기 발행 감소, 반등의 계기일까
골드만삭스가 전한 시각은 AI 관련 발행이 4분기에 약 50% 감소해 단기 발행 캘린더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크레딧 바스켓의 스프레드가 최근 넓어진 수준 부근에 있다면, 눈앞의 공급 압력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단기 스프레드 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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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를 공급 문제가 끝났다는 징후가 아니라 **‘폭풍의 눈(eye of the storm)’**에 비유했다. AI 관련 크레딧 스프레드가 50bp(1bp=0.01%포인트) 넘게 확대된 뒤의 반등은 장기 회복 신호로 보기보다, 익스포저를 줄일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이 보고된 전략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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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단기적으로는 신규 딜 감소가 수급을 개선해 스프레드 축소를 뒷받침할 수 있다.
- 구조적으로는 2027년의 대규모 자금조달 수요가 또 한 번의 공급 파동을 불러올 수 있다.
장기물 수요와 발행 집중도도 변수
우려는 총발행액에만 있지 않다. 어느 만기 구간에 공급이 몰리는지, 발행 주체가 얼마나 집중되는지도 중요하다.
JP모건은 주요 하이퍼스케일 기업 5곳과 엔비디아가 2026년 약 3,200억 달러의 부채를 발행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리스 의무와 관련된 구조도 포함된다. 이를 10년 만기 환산 기준으로 보면 장기물 규모는 약 3,030억 달러로, 같은 해 신규 장기 미국 국채 발행의 약 **68%**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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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와 미국 국채가 동일한 자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장기 고정수익 자산을 보유하려는 투자자 자금을 두고 경쟁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교다. 장기 국채 공급, 금리 변동성, AI 관련 장기 회사채 발행이 겹치면 투자자들은 추가 듀레이션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이나 더 넓은 스프레드를 요구할 수 있다.
시장은 추가 스프레드 확대 없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나
가능성은 있지만 자동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초 대규모 AI 관련 차입에도 신용 스프레드는 매우 타이트하고 신용 변동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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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흡수가 원활하려면 AI 투자 기업의 실적과 영업현금흐름이 설비투자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금리가 안정되거나 하락하며, AI 외 기업의 회사채 공급이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대형 발행이 짧은 기간에 몰리거나 국채금리가 오르고, 투자자의 장기물 편입 의지가 약해지거나, AI 인프라 투자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급 증가만으로 금융안정 위기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만 우량 발행사 사이에서도 밸류에이션과 수급 여건에 따라 차별화가 커질 수 있는 시장 리스크는 분명하다.
장기 전망 수치는 출처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널리 인용되는 AI 금융 전망에는 출처와 의미가 다른 수치가 있다.
- 2026년 글로벌 AI 관련 부채 발행이 약 5,7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은 골드만삭스가 아니라 모건스탠리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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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wC의 31조6,000억 달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설비투자에 대한 중심 시나리오 추정치다. 확정된 자금조달 계획이나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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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들은 AI 인프라 사이클의 잠재 규모를 보여주지만, 단기 회사채 시장의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AI 투자 붐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일부 투자가 비생산적으로 판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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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시장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AI 구축이 신뢰할 만한 현금흐름과 수요로 뒷받침되는 동안에는 부채가 흡수될 수 있다. 하지만 수익화가 검증되기 전에 투자 경쟁이 과도해진다면, 시장은 누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긴 만기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지를 훨씬 엄격하게 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