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놀라운 점은, 아부다비의 무바달라(Mubadala) 국부펀드 같은 큰손이 IBIT 보유 지분을 오히려 전 분기 대비 16%나 늘렸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2026년 3월 31일 기준으로 이 펀드는 1,470만 주의 IBIT를 보유하게 되었다 .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불렸던 미국 상장사 '스트래티지(Strategy)'는 이 하락장 속에서도 1,550개의 비트코인을 개당 약 8,800만 원(6만 5천 달러)에 매입하며, 총 1,010억 원(1억 1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집행했다 .
다고스티노는 이 같은 흐름을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기관들이 고점에서 쫓아 사기보다, 조정장에서 저점 매수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강조해왔다 . 또한 비트코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다년간의 랠리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70~80%의 하락은 항상 있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조정은 역사적 관점에서 오히려 '마일드(mild)'한 수준이라고 위로했다 .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기관들이 정말 사들이고 있다면, 왜 ETF에서는 돈이 계속 빠져나갈까? 그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약 8조 4천억 원(61억 8천만 달러)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순유출 되었다 . 2025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ETF에서 무려 4조 8천억 원(35억 6천만 달러)어치가 순유출되며 월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이 모순된 퍼즐에 대한 해답은 자금 흐름 데이터 안에 부분적으로 숨겨져 있다. 비트웨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 맷 호건(Matt Hougan)의 분석에 따르면, ETF가 출시된 2024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82조 원(600억 달러)이 순유입된 이후, 이번 50% 폭락 속에서 빠져나간 돈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 13조 6천억 원(100억 달러) 미만이라고 한다 .
블룸버그의 선임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는 2025년 4월 저점부터 10월 고점까지 약 34조 원(250억 달러)이 유입된 특정 구간에 주목하며, "이 구간 물량은 현재 손실 구간일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 버티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 즉, ETF 자금의 대다수는 아직 이탈하지 않고 폭풍을 견디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연말에 발생하는 ETF 자금 유출 중 상당수는 '세금 최적화'를 위한 절세 목적의 매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이번 폭락장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사건은 단연 2026년 5월 26일에 터진 거대한 '덩어리 거래(Block Trade)'다. 정체불명의 큰손이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IBIT) 2,920만 주를 장외 암시장인 다크 풀(Dark Pool)에서 주당 $43.16에 한 번에 팔아치운 것이다. 그 규모는 무려 1조 7천 억 원(12억 9천만 달러)에 달한다 .
갤럭시 리서치의 알렉스 손(Alex Thorn)은 이 거래를 약 16,400 BTC 규모로 추산하며 "내가 본 다크 풀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평했다 . 시장이 이 거대한 물량 출회 소식에 패닉에 빠질 법도 했지만, 실제 주가 반응은 시큰둥했다.
블룸버그의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시장이 이 물량을 잘 소화해냈다(absorbed it well)"라고 평가했다 . 해당 거래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1억 원(7만 5천 달러) 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심지어 IBIT 주가는 전날보다 소폭 올라 $42.99로 마감했다 .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분석가 스콧 멜커(Scott Melker)는 "이 거래가 다크 풀에서 체결됐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저편에 똑같이 거대한 '괴물 매수자'가 앉아 있었다는 의미"라며 대부분의 공포 마케팅성 헤드라인이 이 본질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 실제로 이날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들의 순유출 총액은 약 4,530억 원(3억 3,3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팔려나온 1조 7천억 원 블록 딜의 상당 부분이 유통시장을 붕괴시키지 않고, 장외에서 곧바로 다른 큰손에게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
2026년 6월 6일, 미국의 5월 고용 지표가 시장 예측치를 두 배나 뛰어넘는 깜짝 호조를 보이자 상황은 급변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오히려 인상 우려가 불거지자 비트코인은 8천만 원(6만 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24시간 만에 강제 청산된 금액만 무려 2조 3천억 원에서 2조 6천억 원(약 17억~18억 8천만 달러)에 달한다 .
여기서 중요한 맥락이 있다. 이 '청산 폭풍'의 실체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비관해 장기 투자금을 거두는 기관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거시 경제 쇼크에 갑자기 휩쓸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강제 탈출극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5년 9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조 4천억 원(18억 달러) 규모의 청산 폭풍이 몰아쳤을 때, 손실을 본 포지션의 70%는 개인 투자자였고, 이 와중에도 기관들은 ETF를 통해 '사자'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을 지지했다는 분석이 있다 .
정리하자면, 이번 폭락의 핵심은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이 아니라, '높아진 금리 공포' 앞에 무릎 꿇은 구조적 레버리지의 취약성이다. 다고스티노가 말한 큰손들이 진짜 사들이고 있다면, 바로 이런 강제 청산 물량이 그들의 '떡밥'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중반의 데이터는 '기관이 도망가고 있다'는 단순 명쾌한 이야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똑똑한 돈이 지금 사고 있다'는 주장이 완벽하게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장은 분화(bifurcation) 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ETF 상품들은 실제로 1년 넘게 이어진 자금 이탈 속에서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의 재무적 비트코인 매입 규모도 이전보다 76%나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 즉, 상장지수상품을 통한 기관 수요는 분명 식었다.
그러나 동시에 UAE의 무바달라 같은 세계 최상위 국부펀드, 전략적 큰손인 스트래티지, 그리고 정부 자금들은 이 하락장을 ETF가 아닌 다른 경로, 즉 '직접 코인을 사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
다고스티노의 논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스 헤드라인은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팔자' 세력에만 집중하지만, 그 이면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사자' 세력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1조 7천억 원 규모의 IBIT 블록 딜에도 결국 거대한 매수자가 존재했다. 시장은 기록적인 청산 폭풍을 폭락 없이 흡수했다. 지난 불장에서 유입된 ETF 자금의 80% 이상이 반토막 폭락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 지금 시장이 마주한 것은 '공포에 빠진 도주극'이 아니라, 단기 자금이 빠져나가고 진짜 큰 손들이 실물을 움켜쥐는 '주도권 이전(transition) 일 수 있다. 보이는 것만 믿기에는 시장은 언제나 한 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