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는 미·이란 핵 갈등이 단순한 협상 교착을 넘어, 사찰 접근권·제재 집행·역내 해상안보가 맞물린 대치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이란에 외부 핵연료 공급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그 대가로 국내 우라늄 농축의 포기와 IAEA 협력 재개를 요구했다. 동시에 외교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신호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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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제안의 조건: 국내 농축 포기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미국이 이란에 해외 공급 방식의 핵연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이란이 자체 농축 능력을 유지하지 않는 대신 외부 연료로 민수용 원전 수요를 충당하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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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단순한 유인책에 그치지 않았다. 라이트 장관은 앞선 발언에서 핵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안으로 이란의 관련 역량을 파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총회 국가성명도 이란의 안전조치 이행 기록을 비판하고 IAEA에 대한 전면 협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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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미국은 민수용 핵 프로그램을 위한 외부 지원의 길을 제시하면서도, 테헤란이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않아 온 농축 제한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제안은 협상 카드이면서 동시에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당장의 핵심 쟁점은 ‘농축’보다 사찰 공백
현재의 가장 실무적인 문제는 미래의 농축 권한만이 아니라, IAEA가 이란의 핵 활동과 핵물질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월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점검을 제외하면 6개월 이상 이란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IAEA는 과거 신고된 핵물질에 관한 정보와 검증에 필요한 시설 접근권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시는 이를 심각한 핵확산 우려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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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이사회에서는 이란의 협력을 둘러싼 압박도 높아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은 이란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추진했다. 이는 이란이 미신고 시설에서 발견된 우라늄 흔적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뒤이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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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증 공백 때문에 농축을 둘러싼 공개 논쟁과 사찰 문제는 분리하기 어렵다. 접근권과 정보가 없으면 IAEA나 외부 정부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현 상태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란 핵 책임자 입국 불허가 키운 외교적 충돌
이란의 핵 담당 부통령이자 이란원자력기구 수장인 모하마드 에슬라미는 오스트리아가 입국을 가능하게 할 제재 면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라이트 장관은 에슬라미가 제재 대상 인물이라며, 미국이 면제에 반대하도록 압박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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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방송은 에슬라미와 대표단이 빈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탑승했지만 제지당해 테헤란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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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정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제 핵 감시기구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이란의 최고 핵 책임자가 빠지면서, 이란은 절차가 정치적으로 제약됐다고 볼 수 있게 됐고, 미국은 IAEA 회의에서도 제재 집행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피켁스 마운틴의 움직임,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내부 활동
관심은 이란의 주요 농축 단지 인근에 있는 요새화된 시설, 피켁스 마운틴에도 쏠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격 영상에서 건설 현장 주변의 움직임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지만, IAEA는 그곳에서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 정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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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해당 시설을 둘러싼 의혹을 ‘언론의 과장’이라고 일축하며, IAEA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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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도와 IAEA 발언이 뒷받침하는 결론은 제한적이다. IAEA는 건설 관련 움직임을 관측했지만, 지하 복합시설 내부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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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논란이 보여준 역내 파장
핵 대치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불안정과 동시에 전개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파나마 선적 유조선 *엘 가이아(El Gaia)*가 해협 남쪽 제한구역에서 기뢰를 맞아 화재가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를 부인하며, 이 유조선이 전월 이란 미사일에 먼저 피격됐고 오만 연안 해상에서 드론 공격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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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이처럼 상반된 양측의 설명을 보도했다. 따라서 제공된 정보만으로는 피해 발생의 정확한 순서나 책임 소재를 독립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유조선 사건 자체가 역내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서사를 맞부딪친 또 하나의 전장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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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총회가 보여준 것
총회는 핵 합의 복귀의 길을 열지 못했다. 대신 세 가지 문제가 서로를 악화시키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란에 농축 포기와 사찰 접근 복원을 요구하고 있고, IAEA는 필요한 검증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교 환경은 이란 핵 책임자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경직됐다.
미국의 핵연료 제안은 협상을 통한 민수용 핵 프로그램의 틀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찰 공백,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 에슬라미의 입국 불허는 그러한 틀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신뢰와 접근권이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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