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 CEO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프랑스 정치인들(교통부 장관 포함)을 향해, 경쟁력 문제가 2027년 프랑스 대선의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 그의 발언은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우주 기업의 CEO가 자국과 EU의 정치·규제 환경을 사업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리 CEO의 불만은 성장을 적극적으로 저해하는 '부담스러운 규제 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노동비와 에너지비를 특히 문제로 지목했지만, 가장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규제 장벽이었다 . 이는 포리가 일관되게 펴온 주장이다. 그는 이전에도 EU의 독점 금지 규정이 스페이스X(SpaceX)와 같은 미국 기업의 수직계열화를 막아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으며 , 특정 EU 규정은 '관리 불가능(unmanageable)'하다며 항공 산업의 막대한 탈탄소화 노력에 필요한 자본 유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해왔다 .
포리 CEO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돌아온 후 유럽에 대해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는 뒤쳐져 있으며, 우리 산업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툴루즈 행사에서 말했다 . 글로벌 여객기 시장을 보잉(Boeing)과 양분하는 에어버스의 수장이 이토록 솔직한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신공장은 상징성 또한 매우 크다. 새로운 A321neo 라인은 2021년에 생산이 종료된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이 만들어지던 장소에 두 번째로 들어서는 A321neo 전용 라인이다 . 이는 시장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다. 좌석 수를 늘린 단일 통로기인 A321neo는 현재 에어버스 A320 패밀리 주문잔고의 약 65%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에어버스는 2020년 1월 A380 조립라인의 전환을 처음 확정했고, 2023년 12월 재활용된 부지에서 조립한 첫 A321neo를 튀르키예의 저가 항공사 페가수스 항공(Pegasus Airlines)에 인도했다 . 이번에 문을 연 라인은 구형 라인을 대체하는 '두 번째 현대화' 시설로, 전 세계 공장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 한때 유럽 공학 기술의 자존심이었던 A380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업계 최고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찍어내는 라인이 들어선 것이다. 신규 라인은 2026년까지 약 7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같은 부지에서 A380을 조립하던 때의 절반 수준이다 .
포리 CEO가 유럽 내 비용을 비판하는 동안, 에어버스의 현실은 위험 분산과 현지 시장 접근을 위해 설계된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있다. 에어버스는 현재 A320neo 패밀리용으로 툴루즈(프랑스)와 함부르크(독일)를 포함한 유럽, 모바일(미국), 톈진(중국) 등 4개 지역에 총 10개의 최종 조립 라인을 운영 중이다 . 그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톈진 제2 라인은 2025년 10월에 개장하여 2026년 초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
중국은 특히 중요한 시장이다. 에어버스는 중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묘사한다 . 톈진 공장은 이미 800기의 중국산 조립 A320 패밀리 항공기를 인도했으며, 새 라인으로 생산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나 글로벌 월 75기 생산 목표에 직접 기여할 예정이다 .
하지만 그 목표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2026년 2월 연례 기자회견에서 에어버스는 엔진 공급업체인 프랫 & 휘트니(Pratt & Whitney)가 주문한 엔진 수량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생산량 증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월 75기 생산 목표 달성 시점을 2027년 말까지로 연기했다 . 취임 2주 전인 2026년 6월 9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포리 CEO는 1분기 인도 실적과 재무 결과를 '부진(weak)'하다고 평가하며,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같은 날 베를린 항공 정상회의(Berlin Aviation Summit)에서 그는 복잡한 시스템을 제조하는 기업에게 이 같은 공격적인 성장은 '본질적으로 어렵고 지속하기 힘든 과제'라고 인정했다 .
포리 CEO의 발언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그의 노골적인 정치적 요구다. 그는 경쟁력 문제를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다뤄야 한다'고 촉구함으로써 에어버스의 산업 전략을 프랑스 선거 주기에 직접 연결시켰다 .
이는 유럽 산업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불만을 대변한다. 유럽 기업들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보여준 막강한 정부 지원 경쟁력 도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포리 CEO가 브뤼셀의 포럼 유로파(Forum Europa) , 각종 항공 정상회의, 그리고 이번에는 '집'인 툴루즈에서까지 거듭 경고를 쏟아낸 것은, 유럽의 규제 및 재정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편되지 않으면 복잡한 제품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미국과 아시아에 비해 영구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