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칩이다. 메모리가 전체 BOM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약 10%에서 2026년 3분기 기준 약 34%로 치솟았다. 트렌드포스는 2027년 상반기에는 이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 메모리는 이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스마트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 됐다 .
팀 쿡 애플 CEO는 2026년 7월 30일 자신의 마지막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부담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에게 9월 분기(4분기)에 지불해야 할 메모리 비용이 6월 분기(3분기)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밝히며, 가격 동결에 대한 기대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
2026년 2분기 DRAM과 낸드플래시(NAND)의 고정거래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폭등했다 . AI 서버 수요가 기존에 스마트폰에 할당되던 메모리 생산 역량을 대거 흡수하면서 구조적 공급 부족이 발생한 탓이다 .
애플의 경우 상황은 더욱 극명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와 WSJ에 따르면, 과거 약 39달러였던 12GB DRAM 모듈 가격이 현재 약 145달러로 뛰었다 . 애플은 작년보다 메모리 비용을 약 3배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
고통은 메모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TSMC의 2나노미터(nm) 웨이퍼 가격도 올랐고, 애플은 이미 2025년 6월에 맥(Mac), 아이패드(iPad) 등 다른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 18 프로의 미국 판매 가격이 200~3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99달러를, 여러 분석가는 1,399달러를 예상한다 . GF증권의 제프 푸(Jeff Pu)는 예상되는 가격 인상을 이유로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Hold)'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
하지만 애플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몇 가지 더 있다.
2026년 초만 해도 밍치궈(Ming-Chi Kuo)와 제프 푸 같은 유력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공격적인 협상을 통해 Pro 기본 모델 가격을 1,099달러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하지만 팀 쿡이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비용 상승세를 확인하면서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
메모리 위기는 모든 업체에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애플은 규모와 협상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선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스마트폰 시장의 타격은 매우 심각하다.
저가 안드로이드폰 직격탄. 400달러 이하 스마트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BOM 비중은 최대 5964%에 달한다. 99달러 미만의 초저가폰에서는 64%를 넘는다 . 이들 업체의 마진은 35%에 불과해 원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거의 없다 . 결과적으로 저가 모델은 램(RAM)이나 저장용량을 낮추거나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
양극화 심화. 옴디아(Omdia)는 프리미엄 폰(iOS와 안드로이드 모두)은 여전히 용량을 늘리는 반면, 중저가 안드로이드폰은 사양이 낮아지거나 가격이 오르는 '스펙 다운' 현상이 뚜렷하다고 보고한다 .
시장 위축 예상. IDC는 2026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의미 있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평균 판매 가격(ASP)이 오르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 시장의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
중소 OEM의 존립 위기. 장기 공급 계약이 없는 중소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충분한 메모리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시장 재편(인수합병)을 가속할 수 있다 .
삼성은 이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가격을 올렸다. 미국 기준 기본 모델은 약 5%, 플러스 모델은 약 10% 비싸졌다 . OPPO, Vivo, 샤오미, 아너 등 주요 중국 제조사들도 2026년 라인업의 가격 조정을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이폰 18 프로의 가격 인상은 애플의 '선택'이 아니라 공급망이 강요한 '현실'이다. AI 인프라 수요가 촉발한 글로벌 메모리 부족이 스마트폰 경제학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애플의 대응은 '가격 인상', '일부 마진 희생', 'AI 기능을 통한 가치 입증'의 복합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저가 시장의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게 이 위기는 더욱 뼈아픈 선택을 강요하며, 2026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