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더해 그녀는 내구성 있는 합의를 위해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까지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이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반쪽짜리 거래'를 경계했다 .
EU에게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경제 안보 문제다. 이 좁은 수로는 **전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해상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동맥'이다 .
현재 이란의 실질적 봉쇄로 인한 병목 현상은 이미 유럽 경제에 심각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에 따르면, 분쟁 발발 이후 불과 44일 만에 EU의 화석연료 수입 비용이 220억 유로(약 33조 원) 이상 급증했다 . 이는 연료 가격 상승과 물가 불안으로 이어져 유럽 각국의 가계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EU는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열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폰데어라이엔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해협 재개방을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제안했던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입장과 대비되며, EU 내 강경한 목소리를 대변한다 .
그녀는 "우리는 제재 해제를 논하기 전에 이란의 근본적인 변화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란 정권의 대내외적 행동 변화 없이는 유럽이 경제적 압박 수단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일시적 긴장 완화로 인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장기적 위협이 오히려 방치될 수 있다는 유럽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
현재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에서는 진전이 감지되지만, 아직 양측 간 입장 차는 뚜렷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문이 "대체로 협상됐다"고 언급한 반면, 이란 측은 즉각 "몇몇 조항에 대해 이견이 남아 있다"고 반박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미국이 계속 장애물을 만든다면 양해각서(MOU)를 최종 타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이러한 불확실성은 EU가 '성급한 축하'를 경계하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는 합의안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해운 복원이라는 유럽의 우선 과제와 일부 맞물리지만, 동시에 브뤼셀에 경고등을 켜게 한다. 가장 어려운 핵 문제가 뒤로 미뤄질 경우, 이 합의가 '분쟁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일시 정지'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이 문제를 포함한 세부 사항이 이후 단계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결국 EU는 '지금 당장'의 확실한 비핵화 보장을 원하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의 연이은 강경 발언들은 미·이란 협상에 대한 EU의 복잡한 전략을 보여준다. EU는 분쟁이 유럽으로 번지거나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외교적 타결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이후의 경험은 EU를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단순한 외교적 성과가 아닌, 유럽의 에너지 안정과 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내구성 있는 평화' 만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
요컨대, 브뤼셀은 워싱턴과 테헤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