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연합(EU)에서 검색 결과 화면을 새로 배치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구글 검색에서 자사 쇼핑·호텔·교통·스포츠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우대했다고 판단해 4억6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나온 조치다. 이번 개편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 이른바 ‘게이트키퍼’의 자사 우대를 금지하는 EU 디지털시장법(DMA)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1
35
핵심 변화는 여행과 상업성 검색어에서 나타난다. 가격비교 사이트 등 전문 검색 서비스의 노출 비중은 커졌고, 구글이 한 화면에 통합해 보여주던 정보 가운데 실시간 가격 같은 기능은 일부 사라졌다. 구글은 이 때문에 검색이 덜 유용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집행위의 원칙은 지배적 검색 서비스가 결과 페이지에서 자사의 인접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밀어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
2
새 EU 검색 결과 화면은 어떻게 바뀌었나
적용 대상 검색어에서 개편된 화면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결과 페이지 상단에 전문 검색 서비스 1곳을 두드러지게 표시
- 그 아래에 상세 정보가 더 적은 전문 서비스 2곳을 추가 배치
- 더 아래에 호텔·항공사·음식점 캐러셀을 배치하되, 실시간 가격 등을 포함한 일부 기능은 제거
2
이는 구글이 자체 수직 검색 결과를 촘촘하게 통합하던 방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변화다. 집행위는 구글이 쇼핑, 호텔, 교통, 스포츠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제3자 서비스보다 우대했다고 봤다. 검색 관련 과징금 4억6000만 유로는 별도 사안인 구글 플레이의 외부 결제 유도 제한(anti-steering) 관련 4억3000만 유로 과징금과 합쳐, 총 8억9000만 유로에 이른다.
1
왜 디자인을 바꿔야 했나
DMA 제6조 5항은 게이트키퍼가 순위에서 자기 상품·서비스를 유사한 제3자 서비스보다 더 유리하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구글 검색의 경우 이 의무는 구글의 수직 검색 서비스 자체뿐 아니라, 자사 콘텐츠가 검색 결과에 표시·삽입되고 순위가 정해지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30
35
집행위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화면 재배치가 아니다. 지배적 검색엔진이 결과 페이지를 이용해 하위 시장의 자사 서비스를 유리하게 만드는 일을 막아, 온라인 검색 시장을 더 공정하고 경쟁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31
누가 얻고, 누가 불편을 겪을까
가격비교·전문 검색 서비스
가장 직접적인 수혜 가능성이 있는 쪽은 가격비교 플랫폼을 포함한 전문 검색 서비스다. 새 화면은 이들에게 구글 검색 안에서 더 눈에 띄는 유통 경로를 제공한다. 경쟁사가 이용자 관심과 유입을 놓고 경쟁할 기회를 넓히려는 DMA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1
31
상단 노출이 장기적인 방문자 수나 예약 전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 구글의 자체 수직 서비스가 받은 것으로 판단된 우대 배치와 비교하면, 경쟁 서비스에 더 중요한 출발선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행·지역 정보를 찾는 이용자
구글은 한곳에 모아 보여주던 실시간 가격과 풍부한 결과 기능이 빠지면서 비교와 예약 과정이 번거로워진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테스트에서 높은 수준의 이용자 불만이 나타났으며, 이번 조치가 29년 역사상 가장 큰 서비스 품질 저하라고 평가했다.
2
다만 이는 독립적으로 공개된 연구 결과가 아니라 구글의 평가다. 실제 영향은 새 링크들이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기 쉽게 만드는지, 아니면 빠른 가격·재고 확인과 예약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단계를 더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호텔·항공사·음식점 등 지역 사업자
구글은 사업자가 무료 직접 유입을 덜 받고 중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선 DMA 관련 변경 뒤 무료 직접 예약 트래픽이 30% 감소했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2
이 수치는 구글이 제공한 데이터이며,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독립적인 검증이나 산출 방법을 확인할 수 없다. 비교 플랫폼을 거치는 추천이 늘면 고객 확보 비용과 수수료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문제 제기 자체는 가능하지만, 영향의 규모를 구글의 주장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정말 검색 품질이 낮아진 것일까
결국 ‘품질’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구글은 현재 가격처럼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정보를 통합해 보여주는 화면이 이용자에게 더 편리하고, 고객을 공급업체로 직접 연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는 경쟁 서비스를 더 눈에 띄게 배치하고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검색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2
집행위의 관점은 다르다. 플랫폼 운영자가 자기 서비스를 우대한다면, 고도로 통합된 경험도 중립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DMA의 기준은 구글 안에서 클릭 수를 최소화하는 데만 있지 않으며, 공정한 대우와 경쟁 가능성도 포함한다.
1
31
따라서 이번 분쟁은 페이지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배적 플랫폼이 자사 통합 서비스로 만든 편의성과, 경쟁사가 같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경쟁할 기회 중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지가 쟁점이다.
집행위가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구글은 집행위 결정 뒤 60일 안에 검색 관련 위반을 끝내야 했다. 이번 개편은 그에 따른 이행 조치지만, 집행위가 이를 최종적으로 충분한 준수라고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1
DMA에 따르면 집행위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반복 위반이면 최대 20%까지 높일 수 있다. 평균 일일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도 가능하다. 체계적 위반 사례에서는 시장 조사를 거쳐 추가 시정 조치가 나올 수 있다.
33
즉 집행위가 새 화면이 자사 우대 행위를 실질적으로 끝내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구글은 상당한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볼 지점
이번 레이아웃은 DMA 집행의 ‘실시간 시험대’에 가깝다. 비교 서비스는 값진 노출을 얻었고, 이용자는 정보 밀도가 낮은 화면을 마주할 수 있으며, 지역 공급업체는 유입 경로가 바뀌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용자 불만, 품질 저하, 직접 예약 트래픽 감소에 관한 구글의 주장은 자동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검증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경쟁 서비스의 상단 노출 역시 단순한 화면 재배치를 넘어 의미 있는 경쟁을 만들었는지 성과로 평가돼야 한다. 이 디자인이 유럽 검색의 지속적 모델이 될지, 아니면 구글의 추가 이행 과정 중 한 단계에 그칠지는 결국 집행위의 판단에 달려 있다.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