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도 무역 적자와 함께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하며, 4월의 5.46%, 3월의 4.65%에 이어 정부 목표치인 4.5%를 훌쩍 뛰어넘는 속도로 가속화됐다 .
수입 급증의 주된 촉매제는 미국-이란 전쟁의 경제적 여파였다. 2026년 3월 4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즉각적인 에너지 위기가 촉발됐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20%와 상당량의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을 처리하는 곳이다 . 이 봉쇄로 인해 하루 약 800만~1,0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세계 시장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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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부터 서서히 오르던 브렌트유 가격은 봉쇄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한때 약 120달러까지 폭등했다 . 석유 제품의 순수입국이자 정제 능력이 제한적인 베트남으로서는, 이러한 가격 급등이 수입 비용의 거대한 증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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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가 베트남 세관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은 3~4월에만 국내 정유 공장의 원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정제유 제품 수입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약 17%, 금액 기준으로는 144%나 늘렸다 . 2026년 1분기 전체로 보면, 베트남은 약 337만 톤의 석유 제품 수입에 약 29억 3천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금액 기준 77.8%, 물량 기준 44%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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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에너지 비용은 경제 전반에 파급됐다. 정부는 유류세 부과를 중단했지만, 국내 휘발유 소매가는 리터당 27,000동(VND)을 넘어섰다 . 항공유 부족은 항공편 감축으로 이어져,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마저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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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충격은 2026년 위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온 구조적 무역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다. 베트남의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은 기계, 부품, 원자재를 중국과 한국 같은 역내 제조 강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데 의존한다.
중국은 꾸준히 베트남의 최대 수입국이자 최대 무역적자 대상국이었다. 2025년 베트남과 중국의 양자 교역액은 2,564억 달러에 달했고, 베트남은 1,15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 중국과의 적자는 2026년에도 빠르게 커져,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한 333억 달러에 달했다
. 대만 중화경제연구원(CIER)의 분석가들은 베트남의 제조업 부문이 중국산 중간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對美) 무역 흑자도 구조적으로 중국과의 적자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이중적 무역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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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비슷한 양상이다. 2026년 1분기 베트남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50% 증가한 106억 달러에 달했다 .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34.5% 증가한 187억 달러로,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 수출 공장을 가동하는 기계, 전자제품, 부품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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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무역부는 1분기 적자가 ‘성장 지향적’이라고 진단하며, 수입의 대부분이 미래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생산 요소라고 설명했다 . 하지만 5월 데이터는 순환적 수입 수요와 구조적 취약성 간의 경계가 긴급 에너지 구매와 상품 가격 상승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수출이 미국 시장에 집중된 점도 위험을 더한다. 미국은 1분기 수출액이 39억 300만 달러에 달하는 베트남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 베트남 수출의 약 75%가 외국인 투자 기업의 몫이다. 즉, 무역 흐름의 이익은 다국적 기업에 불균형하게 돌아가는 반면, 수입 비용—특히 달러로 결제되는 에너지 구매—은 베트남 자체의 국제수지를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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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FG 은행의 환율 분석가들은 3월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달러/베트남 동(USD/VND) 환율이 27,000동을 넘어서며 수입 비용에 더 큰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러한 압력은 미국의 잠재적 관세 조치 등과 함께 2026년 중반까지도 불확실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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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의 무역적자는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 위기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에너지 비용 급등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52억 1천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 규모는, 고물량·저마진 제조업에 의존하며 수입 의존도를 심화시켜 온 경제 구조 또한 그대로 반영한다. 지정학적 충격이 세계 에너지 시장과 부품 공급망을 동시에 덮치면, 베트남의 무역수지는 일종의 충격 흡수 장치처럼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2026년 5월은 그 충격이 얼마나 거셀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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