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스피 지수는 이날 11% 가까이 폭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 낙폭이 너무 커지자 결국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 발동 전 4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려났다 .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폭락을 주도했다.
두 회사는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동안 AI 특수를 가장 크게 누려온 종목들이었다 .
매도세는 하루아침에 아시아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매도세가 '지역적 루트(Rout)'였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도쿄, 타이베이로 이어지는 공포의 도미노 현상이었다 .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이날 폭락의 원인으로 세 가지 상호 연결된 악재를 지목했다.
가장 큰 충격은 AI 산업 내 '순환 자금 조달' 관행에 대한 의혹이었다. 이는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그 스타트업이 다시 그 자금으로 같은 회사의 칩을 사들이는 구조를 말한다 . 이는 실제 수요가 아닌 인플레이션된 수요 신호를 만들어내 AI 투자 거품을 부풀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들과 대규모 금융 거래를 구조화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AI 붐 전체가 거품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 만약 이 순환 고리가 끊기면 반도체 수요가 붕괴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막대한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뉴욕타임스는 "AI 시장의 최신 충격파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놀라운 기업공개(IPO) 이후 거래가 시작된 월요일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 CXMT의 IPO 자체가 중국의 추격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결정적 촉매제는 '순환 자금 조달' 뉴스였다.
두 번째 악재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돌파구 보도였다.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중국의 상하이 위량성(Shanghai Yuliangsheng)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양산에 돌입했다 . 또한 중국 기업들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국산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
키움증권의 한지영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보도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기존 강자들에 대한 경쟁 심화 우려를 "재점화시켰다"고 분석했다 .
메시지는 명확했다. 중국이 자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면, 한국과 대만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 번째 요인은 그동안 너무 높이 올랐던 반도체株의 밸류에이션이었다. 수년 간의 AI 랠리로 인해 반도체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 수요 둔화, 공급 과잉, 또는 AI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 환경 악화에 대한 어떤 암시도 급격한 가격 재조정(Repricing)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The Edge Malaysia의 분석가들은 "이번 매도는 AI 인프라 자금 조달, 중국의 기술 발전,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 시장은 근본적으로 묻고 있었다: AI 붐이 둔화되거나 중국 경쟁자가 시장을 잠식한다면, 이 기업들이 현재의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 폭락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 결정과 메가캡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슈퍼 위크'에 발생했다 . 투자자들은 AI 지출 붐이 지속 가능하며, 이번 하락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과잉 반응이었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폭락을 초래한 세 가지 요인인 '순환 자금 조달', '중국의 경쟁', '고평가'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는 반도체 주식의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