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이 왜 시장을 무너뜨렸을까. 그 전말을 단계별로 풀어본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실적은 어떤 기준으로 보나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문제는 시장의 눈이 너무 높았다는 점이다. LSEG SmartEstimate 기준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64조 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약 3.5조 원 부족했다. 매출도 79.3조 원으로 시장 예상치(약 84조 원)에 못 미쳤다.
시장은 이 '어닝 미스'를 AI 메모리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폭발적인 성장을 해도 기대치가 더 빨리 오르면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코스피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6월 22일 사상 최고치(9,114.55)를 찍은 뒤 7월 초에는 20% 넘게 빠지며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 실적 발표는 조정을 위기로 바꿔놓았다.
2일간의 공포. 7월 28일 코스피가 11% 가까이 폭락하면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3% 넘게 빠졌다. 다음 날인 29일, 코스피는 장중 12.6%까지 추가 폭락하며 사상 최악의 이틀 낙폭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여 전 최고점 대비 40% 넘게 증발한 셈이다. 약 2,000조 원(약 2조 달러)의 시장 가치가 날아갔다.
SK하이닉스 주가. 미국 상장 주식(SKHY)은 7월 28일 8.98% 하락한 130.17달러에 마감했고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하락했다. 한국 거래소에서는 앞서 7월 13일 차익 실현 경고가 나온 이후 이미 6월 고점 대비 약 33% 하락한 상태였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7월 2일 9%, 7월 28일 13% 넘게 하락하며 동반 부진에 빠졌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지수의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폭락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주요 반도체주가 세계적으로 동반 하락했다.
한국은 2026년 5월 27일, 해외에 비해 한참 늦게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개별 종목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자금 유입.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순매수 기준 14조 원을 쏟아부었다. 외국인 투자자(약 2조 원)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였다. 7월 7일 하루만 이 ETF들의 거래대금이 전체 ETF 거래의 35.9%를 차지할 정도로 과열됐다.
방아쇠.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자 레버리지 펀드는 기하급수적인 손실을 입었다.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단일주식 선물 계약 하나가 18~20% 급락하면서 약 570억 원(5700만 달러) 규모의 청산이 촉발됐다. 개인투자자의 '돌려막기' 베팅이 폭락을 키운 셈이다.
공식 사과. 7월 29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