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아시아 부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과정은 마치 그의 등극만큼이나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2026년 6월 2일, 소프트뱅크 주가의 14% 급등에 힘입어 손 회장의 순자산은 포브스 실시간 억만장자 리스트 기준 약 1,007억 달러(약 135조 원)까지 치솟으며, 인도의 거물 무케시 암바니를 제치고 10여 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 그러나 축하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6월 4일 시장이 역전되자 손 회장의 자산은 단 하루 만에 약 13% 폭락, 무려 132억 달러(약 17조 7천억 원)가 증발하며 약 871억 달러(약 117조 원)로 쪼그라들었다
. 그는 암바니에게 뒤쳐졌을 뿐만 아니라, 1,174억 달러(약 158조 원)의 순자산으로 아시아 1위를 탈환한 고탐 아다니와, 암바니마저 제치고 2위에 오른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에게도 밀려나는 굴욕을 맛봤다
.
이번 폭락의 배경에는 단순한 시장 패닉을 넘어 소프트뱅크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뿌리 깊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자신의 미래를 사실상 오픈AI의 성공에 담보로 맡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체적인 내부 한도마저 위협하는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쌓아 올리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약 13%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600억 달러(약 80조 6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이다 . 현재까지 총 346억 달러(약 46조 5천억 원)를 이 AI 스타트업에 쏟아부었으며, 그중에는 당초 300억 달러 규모의 후속 투자 계획 중 1차분으로 2026년 4월에 집행된 100억 달러(약 13조 4천억 원)도 포함된다
.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2026년 3월, JP모건 체이스와 골드만 삭스가 주관한 신디케이트를 통해 무려 400억 달러(약 53조 8천억 원) 규모의 무담보 브릿지론을 확보했다. 이는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화 표시 차입으로, 만기가 12개월이라는 점, 즉 2027년 3월까지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막중하다
.
이러한 차입으로 소프트뱅크의 레버리지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총 부채는 16조 3천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회사가 스스로 정한 '담보인정비율(LTV)' 25%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수치다. 소프트뱅크의 CFO 고토 요시미츠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을 정도다 . 시장의 경계심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최근 오픈AI 지분을 담보로 한 별도의 마진론을 꺼려하며, 비상장 AI 기업 가치 평가의 어려움을 이유로 당초 약 100억 달러였던 주선 목표를 60억 달러로 축소시켰다
. 소프트뱅크가 유로본드와 하이브리드 본드 발행을 통해 유럽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갑작스러운 외면은 이 높은 레버리지로 쌓은 구조물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
이번 역전극의 가장 아이러니한 지점은 그 타이밍이다. 6월 1일, 자신의 순자산이 최고점을 찍은 바로 그날, 손정의 회장은 "AI 혁명은 인터넷 붐의 50배 규모가 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버블 우려를 거침없이 일축하는 특유의 대담한 발언을 내놓았다 . 그리고 불과 3일 후, 시장은 수십억 달러가 날아가는 혹독한 반박을 던졌다
. 이러한 급반전은 손 회장이 과연 '시대를 앞서가는 개척자인가, 아니면 거품을 쫓는 추격자인가'
라는 업계의 오래된 논쟁을 재점화하고 있다. 단기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한 오픈AI라는 극도로 투기적인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이제 AI 시장의 작은 진동 하나하나가 소프트뱅크 주가와 창업자의 개인 자산에 곧바로 폭력적인 파동으로 전이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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