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의 가장 기이한 이야기는 단연 니코 휠켄베르그의 것이었다. 아우디 드라이버는 미드필드에서 경쟁력 있는 레이스를 펼치며 포인트 획득을 노리고 있었다. 9위 자리를 두고 리암 로슨의 레이싱 불스 머신과 치열하게 배틀을 벌이던 중, 레이스 29랩째 그의 경주는 갑작스럽고도 조용하게 끝나버렸다.
로슨이 12번 턴 출구에서 살짝 코스를 벗어나 자갈길(그래블 트랩)에 바퀴를 들이밀었고, 그 충격으로 엄청난 양의 자갈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 그중 날카로운 돌 하나가 휠켄베르그의 차량 왼쪽 롤 후프(운전석 머리 위 보호 구조물)에 위치한 비상 전원 차단 스위치를 정확히 강타했다 . 휠켄베르그는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어떻게 된 건지, 돌 하나가 왼쪽 롤 후프의 비상 트리거를 건드렸고… 그게 차를 완전히 죽여버렸어요" . 파워 유닛이 즉시 꺼져 버렸고, 이 독일인 베테랑은 피트 레인으로 굴러 들어가 리타이어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자갈이 냉각 계통에 빨려 들어가 2차적인 고장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았다. 두 차량 간의 물리적 충돌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기계적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휠켄베르그의 아우디를 '죽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로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되물었다. "진짜요?! 말도 안 돼" .
휠켄베르그가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만큼, 이번 리타이어는 아우디에게 더욱 쓰라린 실점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치열한 미드필드 경쟁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
이 자갈 사건은 완전한 워크스 팀으로서 F1에 데뷔한 아우디의 힘겨운 첫 시즌을 거의 완벽하게 상징한다. 7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팀이 획득한 컨스트럭터 포인트는 단 2점에 불과하며, 휠켄베르그 본인도 무득점으로 드라이버 순위 19위에 머물러 있다 .
하지만 이면의 이야기는 좀 더 미묘하다. 아우디의 RS26은 미드필드 경쟁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진정한 경기력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휠켄베르그는 스즈카에서 시즌 팀 최고 성적인 9위로 예선을 통과했으며 , 시즌 전 평가에서는 아우디가 "미드필드 싸움에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그러나 페이스를 결과로 전환하는 일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새롭게 합류한 알란 맥니쉬 레이싱 디렉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즌 내내 "쏟아지는 신뢰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 호주 개막전에서는 기술적 문제로 애초에 경주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 마이애미에서는 연료 누출로 인해 스프린트 레이스 포메이션 랩에서 화염을 뿜으며 멈춰 섰다 . 바르셀로나의 자갈 리타이어는 그저 점점 쌓여만 가는 실망스러운 기록 중 가장 기묘한 하나의 항목으로 추가된 것뿐이었다.
트랙 위의 고전에 더해, 시즌 초반 조나단 휘틀리 팀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조직 리더십의 불안정성 또한 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
조심스러운 낙관의 근거는 분명히 존재한다. 아우디는 메르세데스, 페라리, 혼다와 같은 기존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체 파워 유닛을 개발했으며, 이 초기 페이스는 외부 관측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 또한 팀의 테크니컬 디렉터인 제임스 키는 과거 2025년형 자우버 C45의 경쟁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특수부대' 급 에어로다이나믹 팀을 구축한 바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조직적 역량 자체는 충분히 있음을 시사한다 . 팀 내부에서도 스스로 "더 나아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만큼, 이제 관건은 연습 경기에서 드러나는 진전을 일요일 레이스 당일의 결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