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중개 업체 스파르타 커머디티스의 가익 준 고(Gaik June Goh)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곧바로 이란산 원유가 다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지정학적 공급 차질에 대한 공포가 완화되자, 그동안 가격을 떠받치던 롱 포지션(매수 계약)들이 한꺼번에 청산된 것입니다 .
사실상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된다는 신호는 이란산 원유(약 200만 배럴/일 규모)뿐 아니라 중동 전체의 원유 수출 경로를 안전하게 확보한다는 의미였기에, 가격의 낙폭은 더욱 컸습니다 .
시장의 환호성과 달리, 이번 합의는 완전한 종전 선언이 아닙니다. 악시오스(Axios) 등 외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정체는 영구적 핵 협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60일짜리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입니다 . 임시 협정인 만큼 ‘실행을 전제로 한 보상’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핵심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이 환호하는 동안, 정치·외교 라인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상 관계자들은 핵 협상 프레임워크의 “95%는 완성됐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나머지 5%가 실무 협상의 영원한 난제라는 점입니다 . 남은 5%의 벽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라지지 않는 우라늄, 441kg의 행방
가장 첨예한 쟁점은 이란이 이미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HEU)의 처리 방식입니다. 전쟁 발발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한 이란의 HEU 재고는 무려 441kg에 달합니다 . 미국은 이 물질이 핵무기 제조로 전용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외 반출 또는 영구 폐기’**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 반면 이란은 국외 반출은 주권 침해라며, ‘희석(down-blending)’하거나 생산량만 동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맞서고 있습니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 역시 미국은 20년을 요구하지만, 이란은 3~5년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
② ‘2018년 트라우마’: 제재 해제의 늪
미국은 초기 단계에서 ‘최소한의 제재 면제’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란은 전면적이고 검증 가능한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합니다. 특히 이란은 **“미래의 어떤 미국 행정부도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처럼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할 수 없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관계의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③ 이란 핵 인프라의 ‘거세’ 문제
미국의 최대 목표는 군사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입니다.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같은 민수용 시설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제로 농축’ 기조는 이란 입장에서 정치적 자살이나 다름없는 굴욕입니다. 최근 미국이 IAEA 감독 하에 **‘제한적 평화적 농축’**을 용인할 수 있다는 유연한 신호를 보냈지만 , 이란의 핵심 인프라 자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큰 그림은 여전히 까마득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no rush)”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 이는 협상 막바지에 상대방을 압박하는 동시에, 보수 강경파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반면, 이란 측은 극도로 신중한 모드입니다. 준관영 타스님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항복 협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란 협상단 소식통들은 “간격은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거래(Deal)는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번 60일짜리 MoU는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종(鍾)이 아니라, 더 큰 불확실성의 서막일 뿐입니다. 합의문에 서명하는 순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시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2026년 5월의 유가 폭락은 ‘외교의 기적’에 대한 시장의 과감한 베팅입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따른 유가 하락이 진정한 의미의 ‘공급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60일간의 외줄 타기와 그 이후의 치열한 기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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