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메타가 TSMC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메타는 2026년 3월, 자체 칩 브랜드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의 차세대 로드맵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MTIA 300, 400, 450, 500 네 개 세대의 칩을 2027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겠다는 것입니다 . 약 6개월마다 한 세대의 칩을 새로 배포하는 이 계획은, 통상 1
2년이 걸리는 업계 관행보다 34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
이 중 MTIA 300은 이미 본격 양산에 들어갔고, MTIA 400도 실험실 테스트를 마치고 곧 데이터센터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 이 모든 칩의 제조를 담당하는 곳은 다름 아닌 TSMC입니다
. 이는 2024년 메타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 파운드리와 접촉하던 과거의 움직임을 완전히 뒤집는 결정입니다.
삼성이 이 거대한 흐름에서 결국 배제된 까닭은, 최첨단 AI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비해 쌓여 있는 기술적 부채 때문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율입니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nm GAA(Gate-All-Around) 공정 생산을 시작했지만, 예상에 미치지 못한 낮은 수율로 인해 구글과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TSMC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 차세대 2nm 공정에서도 수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이지만, TSMC는 이미 기술적·자본적 우위를 바탕으로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현재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7~8%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 애플과 엔비디아가 3nm 및 2nm 공정의 물량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선점하면서, TSMC의 첨단 공정은 2028년까지 ‘완판’된 상태입니다
. 그 결과 TSMC는 AI 반도체가 이끄는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삼성 파운드리보다 5배 이상 많은 자금을 시설 투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TSMC의 공급 부족 사태는 삼성에게 절호의 기회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에 대한 신뢰 부족은 이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삼성이 미디어텍과 같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최첨단 HBM(고대역폭 메모리) 메모리를 파운드리 서비스와 함께 우대 조건으로 묶어주는 공격적인 ‘패키지 딜’까지 제안해야 했다는 보도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가 처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비록 테슬라의 AI6 칩 생산 수주나 AMD와의 2nm 공정 협력 가능성 같은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막대한 물량을 가장 빠른 속도로 요구하는 빅테크 기업의 파트너가 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메타의 삼성과의 결별은 결국 하나의 명확한 결론으로 수렴합니다.
확실한 공급과 속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하루 수십억 건의 AI 상호작용을 뒷받침하려면 방대한 양의 최첨단 칩을 오차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 중요합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은 메타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리스크였습니다.
설계-생산의 밀착화: 메타는 설계는 브로드컴, 생산은 TSMC로 일원화하면서 협업의 밀도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 조합을 통해 업계 최초로 2nm 공정의 AI 가속기인 MTIA 500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분산된 협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시너지입니다 .
핵심 역량 집중: 자체 칩 설계 경험이 많지 않은 메타에게,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것은 엔지니어링 자원과 경영진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꼴입니다. 핵심 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더 효율적입니다.
AI 인프라에 매년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메타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후퇴가 아닌, 냉철한 위험 관리의 결과물입니다. 이는 메타가 자체 칩에 대한 꿈을 접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을 찾았을 뿐임을 보여줍니다. 그 길 위에서 삼성은 다시 한번 힘겨운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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