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발생한 12억 달러의 순유출은 그전까지 이어지던 두 달간의 긍정적인 유입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앞서 3월에는 25억 달러, 4월에는 8억 7,000만 달러가 바이낸스로 유입된 바 있다 . 이 극적인 역전은 투자 가능한 자본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순간마다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즉시 압도당하는, 매우 취약한 시장 심리를 보여준다.
한 달 동안의 자금 흐름 데이터는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5월 12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13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불과 이틀 뒤인 5월 14일에는 다시 15억 달러가 유입되는 등 극심한 지그재그 패턴이 나타났다 .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자금이 잠시 돌아왔다가도 시장에 머물지 못하는, 일관성 없는 ‘스톱-스타트(Stop-Start)’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패턴은 ERC-20 기반 USDT에서 두드러졌으며, 자본이 잠깐 복귀하더라도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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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해당 기간 동안 비트코인이 77,600달러 선에서 맴도는 등 현물 매수 압력이 약세를 보인 반면,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약한 수요 기조는 대규모 투자자들이 시장에 즉시 투입할 스테이블코인을 굳이 거래소에 보유해야 할 유인을 크게 떨어뜨렸다 .
바이낸스의 줄어드는 스테이블코인 잔액은 2025년 말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유동성 위축의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이다. 크립토퀀트의 다크포스트는 시장 내 가용 자본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유량 감소가 거래소의 시장 변동성 흡수 능력과 지속적인 랠리 뒷받침 능력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 2025년 11월 최고점 대비 70억 달러나 증발한 이번 현상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수개월 전 시작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암호화폐 시장의 매도세와 위험 회피 현상이 전통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는 와중에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에만 특화된 ‘리스크 오프(Risk-off)’ 움직임을 시사한다. 트레이더들은 모든 투기성 베팅에서 자금을 빼는 것이 아니라, ‘특히 암호화폐’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 시장을 뒤쫓는(Trailing Stocks)" 모습을 보이며, S&P 500 지수는 견뎌낸 거시경제적 역풍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평가된다 .
이러한 유동성 이탈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통화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연준은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3.75%로 유지했으며, 5월 20일 공개된 의사록에서는 매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위원회 분위기가 포착되었다. ‘상당한 다수’의 위원이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 위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
이러한 매파적 기조는 끈질기게 높은 생활 물가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다.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26년 3월,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지속되는 지정학적 불안에 힘입어 2024년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치솟았다 . 이는 시장이 간절히 바라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을 산산조각내며, 변동성이 큰 자산에 유독 가혹한 환경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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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높아지면 암호화폐처럼 그 자체로는 이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을 보유할 때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투자자들이 현금성 전통 자산에서 무려 3.5% 이상의 무위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변동성이 큰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 대기시켜 둘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3월 FOMC 결정 발표 단 하루 만에 비트코인이 약 5% 급락하는 등, 이러한 역학 관계는 연중 반복적으로 시장에 날카로운 충격을 가했다 . 이제 연준이 금리 동결을 재확인할 때마다 암호화폐 자본 이탈을 촉발하는 반복적인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암호화폐 경제 내 바이낸스의 구조적 중요성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2026년 2월 기준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전 세계 중앙화 거래소 전체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의 약 65%를 장악하고 있으며, USDT와 USDC(USD코인)를 합쳐 475억 달러를 보유 중이었다. 이는 2위 경쟁사인 OKX의 보유량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 이러한 막대한 집중도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 건강 상태가, 사실상 거의 한 거래소의 대차대조표와 동의어임을 의미한다.
바이낸스의 65% 시장 점유율은 그 자체로 글로벌 암호화폐 유동성의 중심 허브임을 증명하지만, 정점 대비 70억 달러의 자금 이탈은 이 시스템의 중대한 취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배적 플랫폼에서 유동성이 말라붙으면 그 파장은 전체 시장으로 퍼져나가, 호가창(오더북)을 얇게 만들고 변동성을 극대화하며 모든 디지털 자산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소화할 능력을 저하시킨다 . 지금 시장이 목격하는 현상은 단순히 자금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총자본 풀(pool) 자체가 물리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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