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월에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은 결정적인 방아쇠였다. 젠슨 황 CEO는 2027년까지 1000조 원(1조 달러) 규모의 칩 수요를 전망하며 "우리는 이미 인공일반지능(AGI)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언했고, 이는 AI 토큰 시장에 엄청난 서사적 동력을 제공했다 .
그 결과, AI 암호화폐 섹터는 2026년 1분기에만 2.4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탈중앙화 금융(DeFi), 실물자산(RWA), 그리고 밈 코인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로 분기를 마감했다는 점에서 그 이례적인 독주가 더욱 도드라진다 . 5월 말에는 AI 토큰 전체 시가총액이 약 29조 원(209억 4천만 달러)을 넘어섰으며, 비텐서(TAO)가 4조 5천억 원(32억 달러) 규모로 선두를 달렸다 .
이번 랠리의 폭은 유난히 넓었다. 니어프로토콜(NEAR)은 단 일주일 만에 81% 폭등하며 24시간 거래량 1조 2천억 원(12억 달러)을 기록했다 . 렌더(RENDER)는 4월에 이미 35% 상승한 데 이어 5월 말에는 하루 만에 16.78% 급등했다 . AI 슈퍼인텔리전스 얼라이언스 토큰(FET)은 4월 62% 상승에 이어 5월에도 21% 올랐다 . 비텐서(TAO)는 4월 한 달에만 67% 폭등했다 .
소형 토큰들의 움직임은 더욱 극적이었다. SKYAI는 5월 중순 24시간 동안 52% 급등하며 한 달 상승률이 약 350%에 달했다 . 텔코인(TEL)은 송금 및 DeFi 분야 성장 소식에 주간 76.21% 올랐고, 탈중앙화 데이터 스토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아이리스(Irys)는 40.12% 상승했다 . 월드코인(Worldcoin)조차 5월 26일 두 자릿수 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
이번 투기적 열기의 중심에는 역대 가장 집중된 'AI IPO(기업공개) 파이프라인'이 자리하고 있다. 스페이스X(우주 탐사 및 위성 인터넷 기업)는 2026년 4월 초 IPO를 위한 비공개 서류(S-1)를 제출하며, 6월 나스닥 상장 시 기업가치를 2450조 원(1조 7500억 달러)으로 목표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 아람코가 보유한 사상 최대 IPO 기록(294억 달러)을 가뿐히 넘어서는 규모다 . 오픈AI는 2026년 4분기 상장을 목표로 최대 1540조 원(1조 1천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며, 경쟁사 앤트로픽 또한 약 532조 원(3800억 달러) 규모의 IPO를 준비 중이다 .
이 세 기업의 예상 기업가치 합계는 약 4200조 원에서 5040조 원(3조~3조 6천억 달러)에 달하며, 이들이 공모할 자금만 280조 원(2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60%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 투자자들은 이 역사적인 주식 상장 전후로 AI 테마에 베팅할 수 있는 '유동성이 풍부한 암호화폐 대체재'로 AI 토큰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것이 강력한 후광 효과로 작용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러한 초대형 IPO가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백조 원 규모의 공모자금이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주식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개인 및 투기적 자금이 AI 토큰을 뒤쫓는 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에서 역사적인 속도로 자금을 빼내고 있었다.
비트코인 ETF는 5월 22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며 2조 1700억 원(15억 5천만 달러)이 증발했고, 2026년 연간 순유입액은 5360만 달러(약 750억 원)로 쪼그라들었다 . 5월 30일에는 순유출이 10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졌고, 5월 7일 이후 누적 순유출액은 5조 6천억 원(40억 달러)을 돌파했다 . 특히 5월 24일로 끝나는 주간에는 비트코인 펀드에서만 1조 8500억 원(13억 2천만 달러)이 빠져나가며 2026년 주간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고, 전체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도 2조 600억 원(14억 7천만 달러)이 이탈했다 .
이더리움 ETF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5월 중순까지 4일 연속 2660억 원(1억 9천만 달러)이 유출된 데 이어, 5월 말에는 무려 11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7월 현물 이더리움 ETF가 출시된 이후 가장 긴 자금 이탈 행진이다 . 5월 18일 하루에만 비트코인 ETF에서 9080억 원(6억 4864만 달러), 이더리움 ETF에서 1210억 원(8631만 달러)이 동시에 이탈하기도 했다 .
이러한 자금 이탈은 '기관들의 전반적인 신중론'을 반영한다 . AI 토큰이 내러티브 모멘텀과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 심리에 기대 상승하는 동안, 기관 자금은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조용히 줄여나간 셈이다. 이 극명한 엇박자는, 특히 향후 대형 IPO들이 지금 AI 토큰을 쫓는 투기 자본을 흡수하기 시작할 경우, 현재의 AI 코인 랠리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