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단계는 트랜잭션이 블록에 포함되는 과정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현재 이더리움에서는 블록 빌더와 제안자(proposer)가 어떤 트랜잭션을 블록에 넣을지 결정합니다. 이 구조는 효율적이지만, 특정 트랜잭션—특히 프라이버시 관련 거래—이 의도적으로 지연되거나 제외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부테린의 제안은 Account Abstraction과 FOCIL(Fork‑Choice Enforced Inclusion Lists) 을 함께 활용하는 것입니다.
FOCIL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퍼블릭 멤풀에 있는 유효한 트랜잭션이 일정 슬롯 내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검증자 위원회가 포함을 강제하는 구조입니다. 즉, 한 명의 블록 제안자나 빌더의 선택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기능은 2026년 하반기 예정인 ‘Hegota’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의 주요 요소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프라이버시 트랜잭션이 존재해도 네트워크 참여자가 이를 차단할 수 있다면 실제 보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트랜잭션 포함 보장은 이더리움의 핵심 가치인 검열 저항성을 강화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트랜잭션 순서 관리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계정은 하나의 선형 논스(nonce) 를 사용합니다. 이는 리플레이 공격을 방지하고 순서를 유지하는 단순한 구조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트랜잭션이 네트워크에서 지연되면, 그 이후에 보낸 모든 트랜잭션이 같은 논스 큐에 묶여 함께 대기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EIP‑8250 ‘키드 논스(Keyed Nonces)’ 입니다.
새 구조에서는 트랜잭션에 두 개의 필드가 들어갑니다.
nonce_key : 독립적인 리플레이 보호 도메인 선택nonce_seq : 해당 도메인 내부의 순서 번호이 방식의 장점은 서로 다른 키를 사용하는 트랜잭션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입니다. 즉 하나의 트랜잭션이 지연돼도 다른 트랜잭션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에서는 여러 사용자의 활동이 하나의 계정이나 릴레이 구조를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단일 논스 구조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서로 충돌했지만, 키드 논스는 병렬 처리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동시에 개선합니다.
개발자들은 이 제안을 역시 Hegota 업그레이드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를 다룹니다. 바로 지갑과 RPC 요청에서 발생하는 메타데이터 유출입니다.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요청들은 보통 RPC 노드나 인프라 제공자를 통해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조회하고 있는지, 어떤 주소에 관심이 있는지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부테린의 로드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 계층(access layer) 프라이버시를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Kohaku입니다. 이는 이더리움 지갑을 위한 모듈형 프라이버시 툴킷으로, 프라이버시 기능을 별도의 앱이 아니라 지갑 소프트웨어 자체에 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부 설계에서는 라이트 클라이언트 기술을 통합해 지갑이 블록체인 데이터를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하여, 중앙화된 RPC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도 제시됩니다.
이 접근 방식은 인프라 사업자가 사용자 행동을 수동적으로 추적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부테린의 접근은 이더리움의 프라이버시 전략 변화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완벽한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스택 전체에 걸친 점진적 개선이 핵심입니다.
이 로드맵이 겨냥하는 주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트랜잭션 포함 보장, 병렬 처리 가능한 논스 구조, 그리고 지갑 수준의 데이터 보호가 결합되면 이더리움은 프라이버시를 실험적 기능이 아닌 실사용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이 로드맵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이더리움에서의 프라이버시는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합의 계층, 트랜잭션 구조, 지갑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속성’**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