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처음 공개한 ‘할라페뇨(Jalapeño)’ 성능 결과는 엔비디아를 모든 분야에서 앞섰다는 선언이 아니다. 핵심은 더 좁고 구체적이다. 오픈AI는 자체 추론용 ASIC이 일부 대형언어모델 서비스 테스트에서 엔비디아 GB200·GB300 시스템보다 와트당 처리량과 응답 지연시간 모두 우수했다고 밝혔다. 전력과 냉각 비용이 AI 서비스 원가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신호지만, 할라페뇨를 엔비디아 GPU의 범용 대체재로 해석하기에는 비교 조건과 용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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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라페뇨는 무엇을 위한 칩인가
할라페뇨는 오픈AI와 브로드컴이 공동 개발한 대형언어모델 추론용 애플리케이션 특화 집적회로(ASIC)다. 추론은 학습이 끝난 모델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에이전트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모델을 처음 만들어내는 학습과는 구분된다. ASIC은 범용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고용량 작업에서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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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문성이 결과를 읽는 핵심이다. 엔비디아 GPU 시스템은 학습·미세 조정·추론 등 훨씬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도록 만들어졌지만, 할라페뇨는 오픈AI의 모델 서비스 요구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스택에 맞춰 최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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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성능과 전력 수치
오픈AI는 공개 모델인 GPT-OSS 120B, DeepSeek R1 670B, 문샷AI의 Kimi K2.5 1T를 사용해 할라페뇨를 엔비디아 GB200 및 GB300 기반 시스템과 비교했다. 회사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할라페뇨는 최고 처리량 기준으로 와트당 AI 작업량이 1.5~1.9배 높았고, 엔드투엔드 지연시간은 1.7~3.6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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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별 수치는 다음과 같다.
- GPT-OSS 120B: 할라페뇨는 초당 킬로와트당 8만5,448개의 혼합 토큰을 처리해 GB200 시스템의 4만4,960개보다 약 1.9배 높았다. 엔드투엔드 지연시간은 1.03초 대 1.80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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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epSeek R1 670B: 할라페뇨는 초당 킬로와트당 1만9,641개의 혼합 토큰을 처리해 GB300의 1만1,781개보다 약 1.7배 많은 작업량을 기록했다. 지연시간은 1.65초 대 5.99초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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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i K2.5 1T: 할라페뇨의 와트당 처리량은 초당 킬로와트당 1만8,195개로, GB300의 1만1,862개보다 약 1.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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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속도를 특히 중시하는 고도 상호작용 환경에서는 격차가 더 커졌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해당 작업에서 할라페뇨의 성능 우위는 2.1~4.1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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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정격도 차이가 난다. 할라페뇨는 700와트로 설계됐고, 비교된 GB200과 GB300 가속기의 정격은 각각 1,200와트와 1,400와트다. 오픈AI는 테스트한 작업에서 할라페뇨의 지속 소비전력이 550와트 이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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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기 전력만 낮다고 데이터센터 전체 비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모델 요청을 처리하면 전력 공급, 냉각, 데이터센터 설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다. 오픈AI가 예상하는 대규모 서비스 규모에서 이 운영 효율이 맞춤형 추론 칩을 개발하는 주된 경제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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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공정한 비교인가
테스트에는 SemiAnalysis가 공개한 InferenceX 벤치마크가 사용됐다. 이 벤치마크는 이론적인 칩 사양만 비교하는 대신 여러 모델과 운용 조건에서 엔드투엔드 모델 서비스를 측정한다는 점에서 실제 추론 환경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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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결과는 어디까지나 오픈AI가 보고한 수치다. 현재까지 독립적인 제3자가 동일 조건에서 재현한 중립적 결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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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세대에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할라페뇨는 HBM4 메모리를 사용하지만, 테스트에 사용된 GB200과 GB300 시스템에는 같은 메모리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SemiAnalysis는 이 때문에 비교가 불완전하며 완전히 공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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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모델을 서비스할 때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엔비디아의 루빈 플랫폼 역시 HBM4를 사용하므로, 세대 측면에서는 HBM4를 쓰지 않는 블랙웰 시스템보다 더 적절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할라페뇨가 GB200·GB300보다 앞섰다는 결과만으로 루빈보다도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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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의 용도도 다르다. 엔비디아 GPU는 학습, 미세 조정, 추론, 새로운 모델 구조 실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맞춤형 ASIC은 목표 작업이 충분히 안정적이고 규모가 커야 전문화에 따른 이점이 투자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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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 일정과 개발 로드맵
오픈AI는 2026년 말까지 자체 컴퓨팅 인프라에 할라페뇨를 아주 소량으로 배포하고, 2027년부터 배포 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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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한 세대로 끝나는 계획도 아니다. 오픈AI는 2세대와 3세대 칩을 이미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브로드컴은 마이크로소프트 및 다른 데이터센터 파트너와 함께 여러 세대에 걸쳐 기가와트급 배포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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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중심에는 수직적 공동 설계가 있다. 모델, 추론 소프트웨어, 메모리, 네트워크, 시스템, 실리콘을 따로 조달하는 대신 함께 설계해 지연시간과 서비스 비용을 통제하려는 접근이다. 장점은 스택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결과물은 범용 GPU보다 재사용 범위가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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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개발 속도는 눈에 띄지만, 짧은 테이프아웃 기간이 곧 대량 생산 검증을 뜻하지는 않는다. 제조 수율, 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 성숙도, 공급망, 향후 모델 지원 여부가 벤치마크상의 우위를 실제 인프라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는 배포 계획을 확인해주지만, 최종적인 생산 규모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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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엔비디아를 당장 대체하지 못하나
오픈AI는 학습 작업과 컴퓨팅 파트너로서 엔비디아에 계속 의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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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할 분담은 합리적이다. 최첨단 모델 학습에는 변화하는 모델 구조와 알고리즘, 반복적인 실험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GPU는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네트워킹·데이터센터 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스택의 지원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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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할라페뇨는 표적형 대체 전략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오픈AI가 모델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추론 작업에는 할라페뇨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학습, 연구, 모델 반복 개발, 유연성이 중요한 작업에서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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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위협을 낮춰 보는 이유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논리는 맞춤형 칩이 특정 추론 벤치마크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이라기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단일 작업용 실리콘이 아닌 유연한 풀스택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데 가깝다. 엔비디아 GPU는 학습·미세 조정·추론을 모두 처리하고, 모델과 알고리즘이 바뀌어도 대응할 수 있다. CUDA, 네트워크, 시스템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면 단순한 칩 단위 처리량만으로는 고객의 전체 비용과 선택지를 비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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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상업적 영향도 제한적이다. 할라페뇨는 당분간 오픈AI 자체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며, 시장의 고객이 일반적으로 구매해 배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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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 대한 위협은 ‘GPU의 종말’보다 좁고 현실적이다
분석가들은 할라페뇨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설계한 ASIC이 추론 효율성에서 엔비디아 블랙웰급 시스템과 맞먹거나 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는 모델 서비스 비용을 낮추려는 대형 AI 운영업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추론 부문과 마진에 압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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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만 맞춤형 실리콘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구글, AWS, 메타 역시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주요 기술 기업으로 거론되며, 특정 작업에 맞춘 인프라로 이동하는 흐름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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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GPU 시장의 즉각적인 붕괴가 아니라 역할 분화다.
- 맞춤형 ASIC은 대형 플랫폼이 통제하는 안정적·고용량 추론 작업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엔비디아 GPU는 학습, 빠른 모델 실험, 다양한 형태의 작업, 높은 유연성이 필요한 환경에서 계속 강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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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체 칩을 확보한 고객은 예측 가능한 추론 수요를 내부 하드웨어로 이전해 향후 GPU 구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할라페뇨의 성능 우위가 더 공정한 세대 비교, 변화하는 모델, 실제 대량 배포에서도 유지되는지다. 현재 증거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이 정도다. 오픈AI는 맞춤형 실리콘이 특정 추론 작업에서 블랙웰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을 끝낸 것은 아니며, GPU를 전면 대체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