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더 이상 내수 시장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판매는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중 하나인 BYD는 2026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5.4% 감소한 약 41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분기 감소다. 국내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BYD는 2026년에 해외에서 약 150만 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리자동차(Geely)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2026년 초 두 회사 모두 수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 약화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판매 규모 자체는 여전히 거대하다. 2026년 4월 중국 신에너지차(NEV) 판매에서 BYD는 약 31만4100대로 1위를 유지했으며 SAIC, 지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지만 보조금 축소와 경쟁 심화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일부 세그먼트에서는 시장이 사실상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 전쟁이다. 판매량 유지를 위해 업체들이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면서 업계 전반의 마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수출이 급증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2026년 3월 중국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수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한 약 34만9000대를 기록했다.
해외 진출이 늘면서 동남아시아도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지 정부들은 점차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는 최근 전기차 수입 규정을 다시 강화해 저가 수입 전기차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였다. 동시에 현지 생산과 부품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출 중심 전략을 세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26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 전략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에 맞춘 차량, 소프트웨어, 전기·전자 아키텍처 등을 현지에서 개발하는 방식이다.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통합, 차량 개발 속도 등에서 빠르게 앞서 나가자 해외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기차 경쟁의 중심은 단순한 주행거리나 가격이 아니라 첨단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1,450대 이상의 차량과 180여 개의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이 등장하며 산업의 빠른 기술 경쟁을 보여줬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AI 기반 디지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안전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2027년 1월 1일부터 판매되는 차량에 대해 전원이 끊겨도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기계식 비상 해제 장치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국가 안전 기준을 도입했다.
홍콩 역시 이 기준에 맞춰 전자식 도어 핸들만 장착된 전기차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자 시스템이 사고나 화재 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안전 우려 때문이다.
정리하면 중국 전기차 산업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지만, 이전처럼 쉬운 성장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산업의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다.
결국 국제 시장에서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다음 단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