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현지어 피싱, 네이티브를 속이다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피싱 공격 능력의 진화다. 이란은 AI로 문법 오류 없이 완벽한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작성된 피싱 메일을 만들어낸다. 과거에는 부자연스러운 문장과 어색한 표현이 피싱 메일을 가려내는 핵심 단서였다. 그러나 이제 AI가 원어민 수준의 글을 작성해 주면서, 이란 해커들은 주변의 신뢰하는 지인이나 기관을 완벽하게 사칭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료들이 악성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됐다 .
사라진 신뢰의 경계: AI가 만드는 가짜 인간
더 정교한 수법도 등장했다. 이란 해커들은 AI로 얼굴 사진, 경력, 말투까지 완벽히 갖춘 가상의 인격을 생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사람'이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등을 통해 표적과 수개월간 신뢰를 쌓은 뒤, 결정적인 순간에 기밀 정보를 빼내는 사회공학적 공격을 펼친다 .
전방위 AI 킬 체인
한 사이버 보안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는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AI 프롬프트를 사용하는 징후를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 정찰과 표적 연구 단계부터 최종 페이로드(악성 코드) 전달까지, 공격의 모든 사슬에 AI가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AI가 앞당긴 이 사이버 전쟁의 가장 생생한 피해 현장은 UAE다. 아부다비 비상·위기·재난 관리 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UAE는 이란 배후의 국가 지원 해커들로부터 매일 50만 건에서 70만 건의 사이버 공격 시도를 받고 있다 .
UAE 정부 사이버보안위원회의 모하메드 하마드 알 쿠웨이티 위원장은 2026년 4월 칼리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긴장이 고조된 이후 일일 공격량이 약 20만 건에서 60만 건으로 급증했다고 확인했다 . 알 쿠웨이티 위원장은 특히 국가 배후 해커들이 챗GPT 같은 AI 도구를 이용해 공격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으며, AI 통합으로 탐지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
이 센터가 발간한 '위기 속 사이버 보안 인식 가이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피싱 공격이 32% 증가했으며,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기 위한 딥페이크 기반 허위 정보 유포도 경고했다 . 공격은 걸프 전역의 핵심 인프라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란의 국가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40개가 넘는 대리 조직과 동조 세력을 통해 작전을 수행 중이다
.
파이낸셜타임스의 이번 보도는 전조가 있었다. 구글 위협 인텔리전스 그룹은 2025년 1월, 감시 대상 4개국(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제미나이 악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이란 정부 지원 사이버 행위자들이 **전체 국가 지원 악용 사례의 무려 75%**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
당시 구글은 10개가 넘는 이란 사이버 그룹이 제미나이를 이용해 피싱 캠페인, 방위 조직 정찰, 소프트웨어 스크립트 작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은 자사의 안전 장치가 최소한 악성코드 생산은 막았다고 주장했다. 불과 1년 4개월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FT 보도는 보여주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는 이러한 AI 무기화가 키보드 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란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를 비롯한 이란군 전체가 전 분야에 걸친 AI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주요 군사 AI 개발 분야는 다음과 같다.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은 민간용으로 만들어진 서방의 AI 도구가 이제 비대칭 전쟁의 핵심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더 거대한 흐름의 한가운데 이란이 있음을 보여준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