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폭등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투자은행 UBS의 극단적인 낙관론이었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 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무려 1,625달러로 3배 가까이 올려 잡으며 투자 심리에 강력한 불을 붙였다. 이 목표가는 시총 1.8조 달러 이상을 의미하는 수준으로, 현재의 메타나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를 뛰어넘는 미래 가치를 점친 것이다 .
하지만 더 큰 그림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엔비디아의 GPU 두뇌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은 그야말로 AI 시대의 전략 물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빅3'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00% 이상 치솟았을 뿐만 아니라, 불과 48거래일 전 시총 7000억 달러를 넘긴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1조 달러에 안착하는 괴력을 보였다. 이는 과거 엔비디아가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데 걸렸던 490일을 훨씬 웃도는 속도다 .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2의 장비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마이크론발 훈풍은 시차를 두고 유럽 개장과 함께 곧바로 반영됐다. AI 투자 확대는 곧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HBM 증산을 위해 공장을 늘릴수록, EUV 노광 장비 등 첨단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의 수주 잔고는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
여기에 최근 지정학적 긴장 완화 조짐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은 점도 유럽 증시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기술주 랠리에 힘을 실었다.
당일의 주가 급등락과는 별개로, AI의 차세대 지형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전략도 발표됐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 컨설팅 및 서비스 기업 캡제미니(Capgemini) 는 이날 '2026 자본시장의 날'을 열고 2028년을 겨냥한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공개했다 .
핵심 키워드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이는 이용자를 대신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한 단계 진화한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캡제미니는 기업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후화된 IT 시스템(기술적 부채)을 AI로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핵심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체적으로 캡제미니가 제시한 2028년 재무 목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이 전략의 배경에는 캡제미니의 자체 연구 결과가 자리한다. 이들은 에이전틱 AI가 오는 2028년까지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최대 4500억 달러(약 600조 원) 의 경제적 가치(매출 증대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
마이크론의 1조 달러 클럽 가입과 캡제미니의 '에이전틱 AI' 올인 베팅은 하나의 분명한 시그널을 던진다. 월가와 글로벌 산업계는 이제 AI 수요가 단기적인 거품이 아닌,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칩 제조 공장을 늘리기 위한 장비 발주부터, 만들어진 AI 시스템을 실제 기업 업무에 접목하기 위한 컨설팅까지. AI 생태계의 밸류체인 곳곳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빨려 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증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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