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는 1933년 증권법의 ‘Rule 135’에 따라 이뤄졌다. 이는 기업이 실제 주식 공모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비밀 서류 제출 사실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표준적인 절차다.
오픈AI의 선택은 라이벌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보이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정확히 일주일 전인 6월 1일, 경쟁사 앤트로픽(Anthropic)도 SEC에 비밀 S-1을 제출했다. 클로드(Claude) 챗봇을 만든 앤트로픽은 65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H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9,650억 달러(약 1,280조 원)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
두 거대 AI 기업의 연이은 IPO 추진 소식에 월가는 즉각 술렁였다. 하지만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누가 먼저 상장하느냐”는 프레임 자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앤트로픽의 발표 직후 CNBC ‘파워 런치’에 출연한 알트만은 “진정한 경쟁은 최고의 기술을 만들고 최고의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상장은 하나의 자금 조달 이벤트일 뿐, 우리가 타이밍에 집중하는 사안은 아니다. 우리에게 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AI 시장이 궁극적으로 ‘승자 독식’이 아닌 다수의 사업자가 공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급하게 티커(종목 코드)를 다는 것보다 기술 혁신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신중함 뒤에는 창업자 특유의 개인적 성향과 현실적인 내부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알트만 CEO는 2025년 말 ‘빅 테크놀로지 팟캐스트’에 출연해 “상장 기업 CEO가 되는 것에 흥미를 느끼냐”는 질문에 **“0%”**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는 분기 실적 발표와 주주들의 압박 같은 상장사 CEO의 필연적인 ‘귀찮음’을 인정하면서도,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언젠가는 IPO를 해야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
2026년 초에는 사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26년 말 상장을 목표로 한 알트만의 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견을 제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AI 서버에 대한 막대한 지출과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매출 성장세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이번 비밀 S-1 제출은 당장의 상장을 약속하기보다, 시장을 살피며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2026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메가 IPO 삼두마차’의 두 축이다. 여기에 4월 비밀 서류를 제출한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까지 합세했다. 이 세 건의 IPO는 증시 기술주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잠재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