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특화된 플랫폼답게, 이번 주식 거래 서비스는 놀랍도록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
모든 거래는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에 등록된 브로커-딜러 **네스트 트레이딩 리미티드(Nest Trading Limited)**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회사는 원래 BCI 리미티드라는 이름으로 2025년 12월 ADGM의 브로커-딜러 인가를 받았으며, 거래 주선과 자산 보관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 이러한 구조는 규제 불확실성에 놓인 bStocks 토큰화 상품과 서비스를 분리하는, 제도권 내 든든한 기반을 제공한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미국 소재 기업 **알파카 시큐리티즈(Alpaca Securities)**가 주식의 보관, 청산 및 결제를 담당한다 . 사용자는 자신이 산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beneficial owner)'로 인정받아, 배당금을 받거나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주주권 행사)를 갖는다
. 이는 과거 주식 토큰의 소유권이 종종 '합성 상품'에 불과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거래 수수료는 무료이며, 건당 최소 플랫폼 이용료는 0.35달러에 불과하다
.
기존 증권사와의 결정적 차이점은 결제 방식에 있다. 달러 기반의 별도 증권 계좌가 전혀 필요 없다. 사용자는 USDT, USDC, BNB, FDUSD, USD1 등 다양한 암호화폐로 주식 매수 대금을 직접 결제할 수 있다 . 또한, 한 주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미국 주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단돈 5달러(약 7,000원)**부터 소수점 단위로 살 수 있도록 했다
.
이 서비스는 엄격하게 미국 비거주 고객만 이용할 수 있으며, 바이낸스의 홍보 자료에 따르면 특정 주식은 주 5일, 하루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 이는 항상 깨어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확장된 거래 시간이다.
바이낸스는 현재 라이브로 운영되는 주식 중개 서비스와 더불어, 전통 주식을 블록체인 세상으로 끌어올릴 'bStocks'라는 또 다른 야심작을 공개했다.
bStocks는 미국의 주요 주식과 ETF를 대표하는 **토큰화된 증권(Tokenized Securities)**이다. 단순히 미리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보유한 적격 주식을 블록체인(BNB 체인) 위의 토큰으로 전환해 소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이 토큰은 ADGM에 등록된 특수목적법인(SPV)인 **비테크 홀딩스(BTECH Holdings Ltd)**가 발행한다
.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바이낸스의 공식 성명은 **"bStocks는 주식이나 지분이 아니며, 소유자에게 주식 또는 지분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 이는 2021년 주식 토큰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반영한 결과다. bStocks를 직접적인 주식 소유가 아니라 '토큰화된 증권', 즉 파생상품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증권법 규제를 정면으로 통과하려는 것이다.
주식 거래 서비스는 인가된 브로커-딜러를 통해 이미 정식 운영되고 있지만, bStocks는 '당국 승인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바이낸스는 6월 1일 발표 후 "앞으로 몇 주 안에" bStocks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철저하게 규제 당국의 승인이 떨어졌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 이처럼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법, 즉 완전히 규제된 중개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고 토큰화 상품은 추후에 선보이는 전략 덕분에, 바이낸스는 사업 전체가 한꺼번에 규제 리스크에 휩싸이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2021년 4월, 바이낸스는 독일 증권사 CM-Equity AG가 발행한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식 토큰'을 출시했다가 즉시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 영국, 독일, 이탈리아, 홍콩 등 전 세계 금융 당국이 "무허가 증권"이라며 연이어 경고장을 날렸고
, 결국 바이낸스는 그해 7월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10월 14일부로 모든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
2026년의 전략은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핵심 차이는 다음 세 가지다.
이렇게 투 트랙으로 나누는 전략 덕분에 바이낸스는 오늘부터 주식 거래를 제공하면서도, 블록체인이라는 야심은 규제 리스크 없이 계속 키워나갈 수 있게 되었다.
바이낸스의 이번 행보는 이제 업계 전반으로 번진 '금융 슈퍼 앱' 경쟁의 최신판이다. 코인베이스는 2026년 초, FINRA 규제를 받는 자회사 코인베이스 캐피털 마켓츠와 야후 파이낸스의 협력을 통해 미국 사용자를 위한 무료 주식 및 ETF 거래 서비스를 이미 출시했다 . 크라켄 역시 미국 고객을 위한 전통 주식 거래 서비스와 더불어, 110개국 이상에서 이용 가능한 '토큰화된 주식 무기한 선물'이라는 진일보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
각 거래소는 자신들이 기반을 둔 지역의 규제 환경에 맞춰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우선' 전략으로 FINRA 규제 아래 있고, 바이낸스는 '미국 바깥의 전 세계'를 겨냥해 비(非)미국 브로커-딜러를 활용하며, 크라켄은 미국 증권 서비스와 해외 토큰화 파생상품이라는 두 갈래 길을 동시에 달리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가 단 하나의 앱에서 암호화폐, 주식, 그리고 토큰화된 자산까지 모두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바이낸스의 6월 1일자 발표는 7,000개가 넘는 방대한 주식 종목과, '오늘'과 '내일'을 분리하는 신중한 규제 설계도를 무기로 이 경쟁의 한복판에 정식으로 뛰어들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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