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산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 Kin A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은 시장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호르무즈가 다시 열렸다”는 신호로 읽기에는 이르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더 좁다. 이라크 원유는 여전히 페르시아만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그 통로는 평시처럼 자유롭지 않고 예외, 승인, 정치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핵심은 ‘통과했다’보다 ‘어떤 조건에서 통과했나’다
Kin A는 일부 보도에서 Helga로도 언급되는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다. 이 선박은 이라크 바스라항에서 원유를 실은 뒤, 5월 2일 오만 두큼 앞바다의 선박 추적 화면에 나타난 것으로 보도됐다. 그보다 사흘여 전에는 호르무즈 해협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19].
Moneycontrol이 Bloomberg를 인용해 전한 보도도 표현을 조심했다. 선박이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며, 이 항해가 실제로 확인된다면 3월 초 이후 호르무즈를 넘은 비이란 화물 VLCC는 약 12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26]. 이는 통항이 재개됐다기보다, 극히 제한된 선박만 길을 얻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Rudaw는 앞서 이라크 석유부 소식통을 인용해, 코모로 국기를 단 HELGA가 바스라에서 약 200만 배럴의 이라크산 원유를 싣기 전 이란 측의 호르무즈 통과 승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27]. 이 대목은 Kin A/Helga 사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단순히 배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통항 자체가 특정 승인 절차와 맞물려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원유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Kin A/Helga만 예외적인 사례는 아니다. 이라크산 Basrah Heavy 원유 약 100만 배럴을 실은 Ocean Thunder는 이란이 이라크를 통항 제한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다음 날, 이란 해안 가까이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것으로 관측됐다 [1]. OilPrice도 Bloomberg를 인용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Petronas가 운항하는 이라크 원유 적재 선박이 호르무즈를 통과했다며, 이를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제한적으로 회복되는 신호로 해석했다 [
18].
따라서 현재 상황을 “이라크 원유의 출구가 완전히 봉쇄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부 선적은 예외 대상이 되거나, 사전 승인을 받거나, 현재 안보 조건에서 통과 가능한 선박으로 분류될 경우 해협을 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18][
27].
그래도 정상 운항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몇 척의 통과 사례가 전체 수송 정상화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CBS News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크게 줄었고, 위기 초기에는 유조선과 상선의 이동이 거의 멈춘 상태였다고 전했다 [10]. ChemAnalyst는 한때 하루 동안 해협을 지난 유조선이 한 척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
4].
일별 수치는 매체와 집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흐름은 같다. 통항량은 낮고, 움직임은 불규칙하며,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은 제한적이다. Rudaw는 호르무즈 통항량이 5년 만의 일일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바스라와 움카스르에서 출항해 해협을 지나는 이라크 원유 운반선 수가 평소의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전했다 [6]. gCaptain도 Bloomberg를 인용해 이 핵심 병목 지점의 통항이 “극도로 제한적”이며, 일부 선박은 통과 후 항해를 취소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11].
왜 이라크 선박은 다르게 취급될 수 있나
현재 보도들을 종합하면 관건은 선박의 물리적 운항 능력만이 아니다. 어떤 나라의 화물인지, 이란이 어떻게 분류하는지, 통항 승인을 받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Rudaw는 이란이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 Ocean Thunder의 경우도 이란이 이라크를 통항 제한에서 예외로 둔다고 밝힌 뒤 해협을 지난 사례였다 [
1]. HELGA 역시 이라크 석유부 소식통에 따르면 바스라에서 원유를 싣기 전 이란 측 승인을 받은 선박이었다 [
27].
이라크 정부도 이 통로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얀 압둘가니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라크 유조선 일부가 호르무즈를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라크는 쿠르드 지역을 거치지 않고 석유를 터키로 직접 보낼 수 있는 송유관 복구도 추진하고 있다 [3]. 이는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해협 의존도를 낮출 대안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원유 시장에는 어떤 신호인가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수로이자 세계 에너지 물류의 대표적 병목 지점이다. Reuters/Arab News는 이 해협이 전 세계 원유와 LNG 흐름의 약 5분의 1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1]. 이런 곳에서 이라크산 원유 일부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는 공포를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수는 통항의 방식이다. 선박 한 척 한 척이 국가별 예외, 이란의 승인, 항해 당시의 안전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면 이는 정상 교역이라기보다 통제된 흐름이다. ABC News도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 일부에는 대체 수송 경로가 있지만, 해협이 심각하게 차질을 빚을 경우 사라지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메우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8].
결론: 길은 있지만, 넓게 열린 길은 아니다
Kin A/Helga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은 이라크 원유가 아직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해협 수송이 평시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증거가 아니다.
통항 선박 수가 안정적으로 늘고, 특별 예외나 정치적 승인 없이도 선박이 오가며, 선박 추적 데이터의 변동성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송을 ‘정상화’로 보기 어렵다. 지금의 흐름은 살아 있지만, 매우 선별적이고 취약한 흐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