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가스발전이 전력시장 가격을 강하게 좌우하는 지역과 다른 구조다. IEA는 2023년 전력시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의 세계 경제가 기록적인 에너지 가격에 타격을 받았고,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발전 비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석탄 비중이 큰 전력 시스템은 국제 가스 가격 상승이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곧장 전이되는 압력을 일부 줄일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면, 중국 제조업은 연료 가격 폭풍이 몰아칠 때 바깥바람을 전부 맞은 것이 아니라, 석탄이라는 두꺼운 벽을 하나 더 두고 맞은 셈이다.
두 번째는 석탄발전의 ‘급전 가능성’이다. 태양광·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전원과 달리, 석탄발전은 수요 피크나 수력발전 부진, 전력망 긴장 상황에서 비교적 계획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IEA는 2023년 인도와 중국에서 가뭄이 수력발전 출력을 약화시키자 석탄발전이 늘었고, 이 증가분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석탄발전 감소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입장에서 전력 회복력은 단지 전기요금이 낮은지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고, 납기를 맞추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중국 산업 부문은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2019년 기준 제조업은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55%를 차지했고, 그중 59.6%가 석탄에서 나왔다. 철강, 화학, 건자재, 기계가공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거나 연속 공정이 중요한 업종에서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곧 비용과 납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 가장 아팠던 지점은 천연가스 가격이 전력 가격과 산업비용으로 더 직접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이다. EU의 에너지 가격·비용 보고서는 2021~2022년 에너지 위기가 세계와 유럽 에너지 시장을 크게 흔들었고, 높은 가스 가격이 EU 도매 전력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2023년 들어 유럽 전력가격은 정점에서 내려왔지만, 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EU 전력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유럽 전력 기준가격은 평균 MWh당 95유로로, 2022년의 역사적 고점보다 57% 낮았다. 그러나 EU의 다른 보고서는 도매가격 하락이 소매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고,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2021년 이전보다 높았다고 설명한다. 산업용 가스와 전기 가격도 위기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EU의 주요 교역 상대보다 여전히 2~4배 높았다.
이 대목에서 중국 제조업의 상대적 회복력은 “모든 제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비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고, 납품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데 있다. 자크 들로르 센터도 2023년 대형 산업 전력비용에서 EU와 미국·중국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그 격차가 일부 가격 지원 제도에 의해 눌려 있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일본·한국과 중국을 비교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현재 자료만으로 중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모든 시기, 모든 업종에서 일본·한국보다 낮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일본·한국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규모의 국내 석탄 생산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에너지 위기 동안 수입 연료 가격 충격을 크게 받았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CIF 석탄 현물가격, 즉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수입 기준 가격은 톤당 평균 225달러로 2021년보다 45% 올랐다.
한국의 경우에는 석탄 감축과 안정적·감당 가능한 전력 공급 사이의 정책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발전량은 2018년 240TWh에서 2021년 200TWh로 줄었고, 전력 믹스에서 석탄 비중도 42%에서 34%로 낮아졌다.
따라서 중국의 상대적 강점은 “석탄발전은 언제나 더 싸다”가 아니라, “국내 석탄-석탄발전 체계가 더 두꺼운 연료 안보 쿠션을 제공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제 LNG와 석탄 가격이 크게 흔들릴 때, 이 쿠션은 외부 충격이 제조업 비용으로 전달되는 속도와 폭을 일부 낮추는 역할을 했다.
석탄발전이 제공한 완충 효과에는 뚜렷한 대가가 있다.
첫째, 중국도 석탄 가격과 공급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1년에는 석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공급망 문제와 기상 요인이 겹치며 정전과 공장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 글로벌 석탄 가격도 에너지 위기 동안 크게 뛰었다. 2022년 유럽 석탄 가격은 톤당 평균 294달러, 일본 CIF 석탄 가격은 톤당 평균 225달러로 각각 2021년보다 145%, 45% 상승했다.
둘째, 탄소 배출 부담은 장기 경쟁력의 리스크가 된다. IEA의 석탄 전환 관련 보고서는 2023년에도 세계 석탄 수요가 증가했고, 가장 큰 증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또 2019년 이후 주로 발전용 석탄 사용 증가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Climate Action Tracker 역시 중국의 화석연료, 특히 석탄 의존을 전 세계 배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셋째, 석탄발전은 단기와 중기의 안정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저탄소 전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 Ember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전력의 38%는 저탄소 전원에서 나왔고, 풍력과 태양광을 합친 비중은 18%였다. 중국은 전 세계 풍력·태양광 발전 증가분의 절반 이상에도 기여했다.
중국의 석탄발전 체계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제조업에 비용 완충 장치이자 전력 공급 보험처럼 작동했다. 거대한 국내 석탄 생산 기반과 필요할 때 투입 가능한 석탄발전이 결합하면서, 중국 공장들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과 유럽식 전력요금 급등의 직접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유럽과 비교하면 중국의 강점은 높은 가스 가격에 덜 끌려갔다는 점이고, 일본·한국과 비교하면 더 두꺼운 연료 안전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석탄 가격 변동, 전력 수급 불균형, 높은 탄소 배출은 이 회복력을 계속 갉아먹는 요인이다.
결국 석탄발전은 중국 제조업이 에너지 위기의 일부 충격을 버티게 해준 완충재였다. 다음 단계의 관건은 석탄 자체에 오래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저탄소 전력과 전력망 유연성, 저장 기술로 석탄이 맡아온 안정성 기능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