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루비오 장관의 입장은 더 신중했다. 그는 회동 전 기자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미국이 분쟁 종식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최근 몇 달간 외교적 노력이 "다소 약해졌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측은 또한 미국이 후원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폐기된 '앵커리지 평화안'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후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 모두 기자들과 만나거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동 분위기를 '솔직했다'고 평가했지만, 양측 모두 새로운 돌파구나 낙관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수 언론은 이번 회동이 양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시각 별도로 미국 특사단과 회동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교 재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이 특별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상세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35분간의 회동은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마닐라에서 열린 제59차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발생했다. 이번 회의 의제는 여러 동시다발적 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루비오-라브로프 회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얼마나 깊이 대립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거의 1년 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대면 접촉에도 불구하고, 워싱턴과 모스크바 모두 핵심 요구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 측의 구체적인 움직임 없이는 문호를 열어두는 수준에 그쳤고, 러시아는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과 자국의 영토적·안보적 이익이 반영된 해결만을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더 넓은 아세안 회의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지역에서 경쟁하는 여러 주요 지정학적 위기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