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하프타임 퍼포먼스는 단순한 마케팅 쇼가 아니었다. 이는 11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의 인수 합병으로 시작된, 2028년까지 자사 공장에 2만 5천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거대한 로봇 전략의 가시적인 신호탄이었다.
아틀라스는 하프타임 직전 선수 터널에서 등장해 센터 서클까지 걸어가 심판에게 공을 전달했다. 이후 몇 가지 복잡한 동작을 추가로 선보였는데,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드 명상 자세, 브라질의 마테우스 쿠냐 서핑 세리머니, 그리고 한국 축구 대표팀 손흥민의 '카메라' 세리머니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현대차는 이번 시연이 "실제 경기장과 같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로봇 기술이 복잡한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틀라스의 이날 퍼포먼스는 현대차가 2026년 5월 'Next Starts Now' 월드컵 캠페인의 일환으로 론칭한 'School of Football' 캠페인의 정점이었다. 훈련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야망은 거액의 인수 합병에서 시작됐다. 2021년 6월 21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나머지 20%를 보유했다.
이 전략적 중요성은 2023년 현대차와 기아가 FIFA 최상위 스폰서 계약을 갱신하면서 극명해졌다. 당시 두 브랜드는 조용히 후원 범주를 기존 '자동차'에서 '모빌리티 및 로보틱스'로 확장했다.
아틀라스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관중을 즐겁게 하는 동안, 현대차는 제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 계획을 동시에 추진 중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의 아틀라스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이 중 83%에 해당하는 2만 5천 대 이상을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공장에 우선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첫 번째 배치는 2028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시작된다. 아틀라스는 초기에 반복적인 부품 시퀀싱 작업을 수행하고, 2030년까지 더 복잡한 부품 조립 작업으로 역할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내부 수요는 현대차 스스로가 가장 큰 고객이 되겠다는 의미다. 코리아헤럴드는 2만 5천 대 수치가 단순한 목표치가 아닌 확정된 내부 약속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로봇 부품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 생산 공장도 미국에 건설할 계획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아틀라스와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4대도 보안 및 대회 운영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스팟은 댈러스 국제 방송 센터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등 주요 장소에서 위험 요소 탐지 및 제한 구역 감시 등 자율 순찰 임무를 맡았다.
로봇의 등장은 토너먼트 최고의 이변 중 하나와 함께했다. 노르웨이는 5회 우승국 브라질을 2-1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홀란드는 이날 멀티골(한 경기 2골)로 대회 7호골을 기록하며 골든 부트 경쟁에 불을 지폈다. 브라질은 1990년 이후 가장 이른 시점에 월드컵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