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애널리스트 다크포스트(Darkfost)는 이 같은 흐름을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쇠퇴(structural decline)'로 규정했다 .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구조는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 출시 18개월 만에 이 ETF들은 1,300만 BTC 이상(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6.4%) 을 흡수했다
. 2025년 말 기준 누적 순유입액은 570억 달러를 넘었고, 운용자산(AUM)은 최고 1,695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
주목할 점은 ETF 투자자의 약 80%가 기관이 아닌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 과거 바이낸스에서 직접 BTC를 매수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규제된 ETF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겼다. 지갑 설정, 시드 구문 관리, 온체인 복잡성을 겪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 이는 직접적인 대체 효과(substitution effect)를 만들어냈다. ETF 유입이 늘면 거래소 입금이 줄어드는 식이다.
실제로 전체 비트코인 거래의 57.3%가 미국 장중에 발생한다. 2021년의 41.4%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 이는 바이낸스 같은 역외 거래소가 아닌 ETF 생태계로 중심축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2026년 2~3월 사이에만 바이낸스에서 약 50억 달러의 개인 자금이 유출됐다
.
바이낸스는 EU가 정한 2026년 7월 1일 시한까지 암호화폐 시장 규제(Markets in Crypto-Assets, MiCA)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유일하게 제출한 신청(2026년 1월 그리스 자회사를 통해)은 사실상 기각됐다. 그리스 자본시장위원회(HCMC)는 부실한 자금세탁 방지(AML) 시스템을 이유로 꼽았다 . 결국 바이낸스는 6월 24일 신청을 철회했다
.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등 EU 27개국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서비스를 중단했다 . 르몽드(Le Monde)는 CASP 라이선스 없이 7월 1일 이후 EU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 유럽증권시장청(ESMA)도 라이선스 없이 EU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모든 플랫폼은 불법 행위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
이번 규제 퇴출은 바이낸스의 활동 고객 기반에서 유럽 개인 투자자라는 큰 덩어리를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바이낸스로서는 한 지역 전체 시장을 상실한 셈이다 . 바이낸스는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을 통해 재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승인 기간 동안 EU 고객에게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
여러 온체인 신호가 바이낸스 사용자 구성의 변화를 확인해준다.
ETF로 인한 수요 이동, 유럽 규제로 인한 이탈, 기관의 축적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겹치면서 바이낸스의 사용자 기반은 구조적으로 '고래 의존도'가 높아지고 '개인 의존도'는 낮아지는 자기 강화 순환고리에 빠졌다. 이는 일시적인 약세장 효과가 아니다. 강세장 가격 움직임 속에서도 개인 참여율은 계속 줄고 있다 .
이러한 변화는 시장 유동성, 가격 발견 기능,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떠나 ETF나 자체 보관(self-custody)으로 이동하면서, 소액 투자자의 온체인 발자국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반면 기관과 고래는 OTC 데스크, ETF 채널, 축적용 주소를 활용해 가시적인 거래소 유입을 더욱 줄이고 있다 .
바이낸스에 남아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시장 전체는 더 이상 '새우(shrimp)'의 심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